[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스스로 부서질 법한 구조에서도 놀라운 안정성을 보이는 강유전체 반도체의 비밀이 마침내 밝혀졌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미시간대(University of Michigan) 연구팀은 최근 강유전체 질화물(wurtzite ferroelectric nitrides)이 물리적 단절 없이 안정성을 유지하는 원자 구조상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향후 차세대 메모리, 센서, 고주파 전자 소자 등으로의 응용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성과다.

편광의 단절 대신, 전하로 ‘접착’

강유전체 반도체는 전기장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동시에, 일반적인 반도체보다 훨씬 적은 전력으로 작동 가능해 미래형 반도체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동일한 재료 내에서 서로 반대되는 전기 분극(polarization)이 공존할 수 있는 원리는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미시간대 전기컴퓨터공학과 Danhao Wang 박사후 연구원은 “원칙적으로 편광 간의 불연속성은 재료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연구 결과, 도메인 경계에서 발생하는 ‘끊어진 결합’이 오히려 전기적으로 안정화하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합은 각 영역의 양전하를 균형 맞추기 위해 음전하를 띤 전자가 자발적으로 정렬되며, 물리적 분리 없이 편광 간 계면이 유지될 수 있게 한다.

움직일 수 있는 고속 전도 경로, 트랜지스터 응용 가능성

연구팀은 스칸듐 갈륨 질화물로 구성된 이 강유전체 반도체가 전자 현미경 수준에서 구조적 좌굴과 결합 단절을 보이는 동시에, 그 구조 내에 존재하는 매달린 결합(hanging bonds)이 새로운 전도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 결합 구조는 일반 질화 갈륨(GaN) 트랜지스터보다 100배 이상의 전하 캐리어를 활용할 수 있는 고속 전도 경로를 형성한다. 이 경로는 편광의 설정과 전기장의 조작을 통해 재구성 가능하고 전도성을 조절할 수 있는 전자 고속도로로 변환된다.

재료공학과 Emmanouil Kioupakis 교수는 “이는 기존 반도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전자 제어 메커니즘으로, 고전력·고주파 트랜지스터나 양자 센서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차세대 고전력 소자, 현실화 가까워져

연구팀은 이러한 원자 수준의 이해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유전체 반도체 기반의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Field Effect Transistor)'를 실제로 구현할 계획이다. 이 장치는 기존 실리콘 기반 소자의 한계를 넘어, 더 높은 전력과 주파수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전자 장치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강유전체 반도체 기술이 단순한 물리적 안정성 문제를 넘어, 전기적 기능성까지 확보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