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영국 정부가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인 STEP(Spherical Tokamak for Energy Production) 프로젝트에 25억 파운드를 투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단일 핵융합 프로젝트에 대한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공 투자로, 향후 영국을 청정에너지 선도국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점이 될 전망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레이첼 리브스(Rachel Reeves) 영국 총리는 최근 “이번 STEP 투자는 화석연료 시대에서 핵융합 기반 지속가능 전력 시대로의 결정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노팅엄셔의 폐쇄된 석탄발전소 부지인 West Burton을 핵융합 기술의 글로벌 중심지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STEP은 2040년 첫 가동을 목표로 하며, 최소 100메가와트(MW)의 순 에너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해당 부지는 과거 '메가와트 밸리(Megawatt Valley)'로 불리며 영국 전력 생산의 핵심이었던 지역으로, 이번 재개발은 영국 에너지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상징한다.
STEP 발전소는 건설·엔지니어링·운영 등 전 분야에서 1만 개 이상의 고숙련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며,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첨단 기술 중심의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의 에너지 생성 방식과 유사하게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고온(1억 5천만 ℃ 이상)에서 융합시켜 막대한 에너지를 생성한다. STEP 프로젝트는 구형 토카막(Spherical Tokamak)이라는 고유의 자기장 구속 방식을 활용해 초고온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그 열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핵융합 발전은 탄소 배출이 전무하고 장기 방사성 폐기물도 남기지 않아, 사실상 무한한 청정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정부는 STEP을 단순한 파일럿이 아닌,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최초의 핵융합 발전소 모델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자체 기술 확보와 운용을 통해 에너지 자립성 강화, 해외 수출, 지적재산 확보 등 파급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영국 원자력청(UKAEA)과 산업계는 공동으로 설계·실증을 추진하며, 핵융합 에너지의 국제적 상용화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표준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나간다는 목표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STEP은 간헐성 문제를 가진 재생에너지의 보완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또한 원전·화력 중심의 기존 에너지 시스템에서 탈피해 기후중립 목표 달성 및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이번 STEP 프로젝트가 단지 기술적 시연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핵융합 산업의 기준점이자 수출 가능한 발전 모델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노팅엄셔 West Burton 부지에 들어설 STEP은 단순한 에너지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것은 석탄에서 핵융합으로 이어지는 영국 에너지 산업의 대전환이자, 세계 청정에너지 질서를 다시 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2040년 이후를 겨냥한 이 대형 프로젝트는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변동성 대응책이자, 영국의 기술 주권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