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산업 규모의 핵융합 발전은 한 나라, 한 기업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유럽핵융합협회(EFA) 밀레나 로베다(Milena Roveda) 회장은 유럽이 상업용 핵융합 기술 실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가 간 협력, 규제 혁신, 그리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융합은 태양처럼 ‘가볍고 풍부한 원소’를 이용해 막대한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로, 탄소 배출 없이 무한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용화까지는 기술적, 제도적, 경제적 장벽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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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핵융합 가치사슬 전반 통합 나서
유럽핵융합협회(EFA)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럽 전역의 민간 기업들을 결집해 핵융합 기술의 연구·개발부터 실증, 정책 제안까지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유럽 45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핵융합의 상업화를 위한 공공-민간 협력 모델 정착을 핵심 사명으로 삼고 있다.
로베다 회장은 “핵융합은 산업 재도약의 기회이자, 기술 주도권을 유럽 내에서 사수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라며 “EFA는 단순한 로비 기구를 넘어, 핵융합 투자 위험을 줄이고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는 전략 기구”라고 설명했다.
핵융합에 맞는 ‘규제’부터 만들어야
EFA가 특히 강조하는 과제는 핵분열과 핵융합을 동일하게 규제하는 법체계의 문제점이다. 핵융합은 방사성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연쇄반응에 의한 폭발 위험도 없어 보다 유연하고 목적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핵융합 전담 규제가 부재한 상태로, 자본 유입의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핵융합 민간 투자금 70억 달러 중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로베다 회장은 “적절한 지적재산 보호 시스템과 공공-민간 협력 플랫폼이 뒷받침돼야 민간 자본이 유입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 르네상스 위한 인재·기술 보호도 시급
또 다른 핵심 과제는 기술의 외부 유출 방지와 핵심 인재 육성이다. 로베다 회장은 “과거 유럽의 중공업이 탈산업화로 해외로 이전했듯, 핵융합도 같은 길을 걷게 해서는 안 된다”며 “기술 내재화와 교육 기반을 강화해 핵융합 분야의 글로벌 인재 허브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EFA는 회원사 전문가들과 함께 기술 개발과 공급망 전략에 집중하는 실무 그룹(Task Force)을 꾸리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의 정책 협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에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닌 실행력”
로베다 회장은 마지막으로 “유럽은 이미 핵융합 기술, 인프라, 자본을 모두 갖추고 있다. 부족한 것은 규제 개혁과 실행 속도”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민간 자본 중심으로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있고, 중국은 강력한 정부 주도로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유럽은 관료주의와 규제 장벽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제는 하나의 유럽 산업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핵융합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전략적 행동에 나설 때”라며, “유럽의 산업 르네상스는 핵융합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