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규훈 기자] 미국이 ‘상업용 핵융합 에너지’ 시대의 선두주자로 남기 위해서는 동맹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의 일리 바즈락타리 회장과 니콜라스 퍼스트 핵융합 부국장은 “핵융합은 더 이상 과학기술 경쟁만이 아니라 지정학적 경쟁”이라며, 특히 영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급속한 추격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셔터스톡/유릭 피터

2022년 12월, 미국 국립점화시설(NIF)이 역사적인 ‘점화(ignition)’ 실험에 성공하며 글로벌 핵융합 경쟁의 장을 열었다. 투입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방출된 이 실험은 핵융합이 더 이상 이론적 가능성에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주며, 세계 각국의 예산 확대와 민간 투자 붐을 촉발했다.

핵융합 상업화를 최초로 달성하는 국가는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국제적 영향력에서 결정적 우위를 확보한다. 미국에게는 거대한 기회지만, 동시에 중국의 가파른 추격이라는 위협도 함께 커지고 있다.

초당적 핵융합에너지확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중국은 핵융합 연구개발에 65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정부의 핵융합 에너지 과학 프로그램 예산의 약 3배에 달한다.

중국 공산당(CCP)의 전략은 명확하다. 핵심·신흥 기술에 국가 자원을 집중투입해 글로벌 공급망과 시장을 장악했던 기존 성공 모델(전기차·태양광·원전·풍력)을 이번에는 핵융합 분야에 적용하려는 것이다.

2009~2023년 중국은 전기차 산업에 2,309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 결과 글로벌 BEV 시장에서 사실상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전문가들은 “핵융합도 같은 경로를 밟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은 혁신 생태계·자본·스타트업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공공 R&D 인프라가 오래되어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고위험·대규모 연구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

DOE(미 에너지부)도 이 문제를 인식해 '2030년대 확장' 전략을 발표했지만, 예산 삭감, 핵심 실험시설 부족, 공급망 병목 등으로 일정에 맞춰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SCSP는 미국이 영국과의 대서양 핵융합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DOE는 “영국의 담요·연료주기 시설에 대한 미국의 접근은 필수”라고 언급했다.

바즈락타리와 퍼스트는 고위험 연구를 정부가 지원하고, 혁신은 민간이 주도하며, 국제 협력으로 표준을 만들고 위험을 분산하는 ‘연합형 핵융합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AI 기반 핵융합 협력도 확산 중이다.

DOE–AMD, 프린스턴 플라즈마 물리연구소–마이크로소프트, 커먼웰스퓨전–구글 딥마인드 등의 파트너십이 디지털 트윈·플라즈마 제어 기술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미국–영국–일본–한국까지 아우르는 기술·산업 연합체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영국 측 외교관은 “핵융합은 더 이상 에너지 정책의 영역이 아니라 지정학적 정책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SCSP도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우위는 규모와 중앙집중에서 오지만, 민주국가들의 우위는 개방성과 협력, 민간 혁신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핵융합 경쟁에서 승리할 국가는 단순히 플라즈마를 더 잘 연구하는 나라가 아니라, 산업 역량, 규제 조정, 공급망, 국제 표준, 민간 혁신을 통합적으로 결합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