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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핵융합로가 미래 청정에너지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지만, 반응로 내부에서 쏟아지는 열과 연료 밀도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일은 여전히 난제다. 영국 MAST 업그레이드(MAST-U)와 네덜란드 DIFFER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두 건의 연구는 이 난제를 정면 돌파하는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디버터 간 전력 분배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방법부터 코어 밀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고급 제어 전략까지, 차세대 핵융합발전소의 운영 난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기술들이 속속 검증되고 있다.
핵융합 에너지는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청정 전력을 제공할 수 있지만, 실제 장치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토카막 내부에서는 수천만 도의 초고온 플라즈마가 요동치며, 디버터(배출부)는 순간적으로 수 GW급 열이 집중될 수 있다. 플라즈마 핵심부의 밀도는 자칫 불안정성을 유발해 실험을 중단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영국 UKAEA의 MAST-U와 네덜란드 DIFFER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버터 전력 분배 제어 ▲코어 밀도 정밀 제어 ▲냉동 펠릿 기반 모델 예측 제어 등 핵심 기술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영국의 STEP(Spherical Tokamak for Energy Production), 국제 ITER 프로젝트 등 미래 상용 핵융합로 운영 전략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성과다.
연구팀은 토카막 상·하단에 디버터를 동시에 설치하는 ‘더블 널(double-null)’ 구성이 향후 상용로의 표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영국 STEP도 이 방식을 채택했다. 이 구성은 열을 양쪽 디버터로 나눠 분산하는 장점이 있지만, 상·하부 자기장이 조금만 어긋나도 전력 분배가 즉시 한쪽으로 치우치는 문제가 있다.
MAST-U에서 진행된 실험은 이를 명확히 보여줬다. 상·하부 디버터 간 전력 분배를 200Hz로 조절해도 디버터 표면의 열유속 변화는 지연 없이 즉시 나타났다
즉, 분배 불균형이 발생하면 실시간 보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애초에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정밀한 제어 시스템이 필수임을 입증한 것이다. 이는 미래 토카막이 단순한 ‘안전망 제어’가 아닌, 고속·고정밀 ‘예방형 제어’를 요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핵융합 반응률은 코어 밀도에 직접적으로 좌우된다. 그러나 MAST-U는 가동 초기 핵심 밀도 제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실험 불안정성이 높았다. 밀도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면 플라즈마가 한순간에 소멸해 실험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방식을 활용해 밀도 제어기를 재구축했다. 가스 밸브에 볼트 단위의 사인파 전위를 주입, 레이저 간섭계로 밀도 변화를 실시간 측정,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적 응답 모델을 구성, 추가 실험 없이 오프라인에서 ‘크루즈 컨트롤’ 설정값 도출, 실험에서 목표 밀도를 정확히 따라가는 제어 루프 시연 등이다.
이 결과 실험 지속 성공률이 약 20% 증가하며, 장치 운영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
가스 주입 제어가 가능한 것은 MAST-U 수준의 실험장치에 국한된다. ITER와 같은 대형 토카막에서는 가장자리가 너무 뜨거워 가스가 코어 밀도 제어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대신 냉동 DT 펠릿을 투입해 플라즈마 내부까지 연료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ITER의 펠릿 한 개는 플라즈마 입자수의 최소 6%에 해당하는 매우 큰 교란을 일으킨다. 이는 플라즈마 가장자리의 밀도 한계를 초과해 장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펠릿의 이산적 특성을 계산적으로 고려하는 모델 예측 제어기(MPC)를 개발했다.
고충실도 ITER 시뮬레이션 결과, MPC는 가장자리 밀도 제한을 넘지 않으면서 목표 코어 밀도를 안정적으로 추적, 계산 시간도 원자로 실시간 제어에 요구되는 수준 충족 등으로 나타났다.
ITER 수준 장치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최초의 고급 밀도 제어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 연구 성과들은 영국의 차세대 상용 핵융합발전소 STEP 프로그램에도 직접 적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STEP용 배기·코어 통합 제어기를 개발 중이며, 특히 다음 기능에 주력하고 있다.
상·하부 디버터 분리 제어, 디버터 열부하의 균형적 분산, 플라즈마 코어에서 발생하는 교란의 크기·속도 분석, 펠릿 주입에 의한 밀도 변동의 예측·억제 등이다.
결국 핵심 제어(core control)와 배기 제어(exhaust control)는 향후 상용 핵융합로의 ‘최종 난제’로 꼽히는 영역이며, 이번 연구는 그 해결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