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BC) 연구진이 벤치탑 규모의 핵융합 장치인 썬더버드 원자로(Thunderbird Reactor)를 활용해 핵융합 반응 속도를 개선하는 실험적 성과를 공개했다. 기존 핵융합 연구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형 원자로를 전제로 했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소규모, 접근 용이한 연구 플랫폼을 제시하며 글로벌 핵융합 R&D의 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썬더버드 원자로. 크레딧: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Berlinguette 연구소.

전기화학적 연료 적재로 중수소 압축

UBC 연구팀은 핵융합 연료로 중수소(D₂)를 선택하고, 팔라듐 금속 표적을 활용하여 연료를 전기화학적 방법과 플라즈마 주입 방식을 결합해 금속 내부에 압축했다. 단 1볼트의 전기적 부하만으로도 대기 압력 대비 약 800배에 달하는 연료 압축 효과를 구현, 중수소-중수소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이 접근법은 핵융합 반응 속도를 약 15%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순 에너지를 생산하지는 못했지만, 연구팀은 핵융합 사건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중성자 방출 측정을 통해 실질적 핵 신호를 입증했다.

산업적 의미와 연구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

전통적으로 핵융합 연구는 초고온 플라즈마 유지와 대규모 인프라를 요구해 산업계와 학계 외부 연구자들의 접근이 제한적이었다. Thunderbird Reactor는 플라즈마 추진기, 진공실, 전기화학 셀을 결합한 소형 장치로, 상대적으로 저비용·재현 가능한 핵융합 실험 환경을 제공한다.

이 플랫폼은 전기화학, 재료과학, 플라즈마 물리학을 결합해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하며, 글로벌 핵융합 개발 경쟁에서 분산형 연구와 실험 반복성 강화라는 산업적 기회를 제공한다.

정책적·산업적 함의

UBC 사례는 소규모 핵융합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민간·학계 연구 인프라의 확대 필요성을 시사한다. 국가 연구 정책 관점에서, 대형 원자로 중심의 R&D만이 아니라, 벤치탑·분산형 연구 플랫폼 지원을 포함한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향후 수소 연료 공급망, 전기화학 장치 상용화, 연구 안전 규제 등 산업적 인프라와 정책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는 핵융합 기술 상용화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핵융합 상용화까지의 전망

현재 Thunderbird Reactor는 상용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핵융합 과학과 신소재·전기화학 기술을 결합한 혁신적 연구 모델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이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연구자가 실험, 개선, 반복을 진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핵융합 발전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정 에너지 전환과 글로벌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정책·산업 측면에서, 벤치탑 핵융합 연구는 기존 거대 시설 중심 접근을 보완하며 민간·학계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