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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유럽 그린테크 기업 Gauss Fusion이 유럽 최초의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설계 보고서를 공개하며, ‘실험실의 기술’로 불리던 핵융합을 상업 전력망에 연결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독일 정부가 20억 유로 규모의 핵융합 실행계획을 발표한 직후 공개된 이번 보고서는 유럽이 세계 핵융합 경쟁에서 선두를 노린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Gauss Fusion이 공개한 개념 설계 보고서(CDR)는 1,000쪽 분량에 달하며, 발전소 전체 아키텍처와 안전 프레임워크, 수명주기 운영, 방사성 폐기물 관리 등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총망라했다. 보고서는 2040년대 중반까지 건설을 목표로 하며, 약 15억~180억 유로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CDR은 단순 기술 구상에 그치지 않고 산업화 로드맵을 포함했다. 위험·기회 관리, 성과 지표 기반의 프로젝트 관리 체계를 도입해 항공우주 산업의 ‘동시 엔지니어링’ 방식을 접목한 점도 특징이다.
Gauss Fusion은 독일 카를스루에 공대, 막스플랑크 플라즈마 물리학 연구소, 이탈리아 ENEA, 프랑스 CEA, 스페인 IDOM 등 유럽 주요 연구기관 및 산업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이른바 ‘퓨전을 위한 유로파이터’라 불리는 범유럽 산업 동맹을 구축해 연구력·산업 역량·공급망을 결합, 유럽의 핵융합 에너지 주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밀레나 로베다 Gauss Fusion CEO는 “이번 보고서는 핵융합을 실현 가능한 발전소 설계로 전환하기 위한 3년간의 결실”이라며, “유럽 산업이 핵융합을 비전에서 엔지니어링 현실로 전환할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Gauss Fusion은 내년 1월 독립 패널의 검토를 거쳐 세부 엔지니어링 단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독일 연방연구기술우주부(BMFTR)도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통해 핵심 기술 확보를 지원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CDR 공개가 단순 기업 차원을 넘어 유럽 에너지 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긴 여정 속에서 유럽이 미국·중국과의 경쟁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