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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탄소중립 과제 속에서 핵융합은 무한한 청정에너지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핵융합의 핵심 연료인 삼중수소의 극심한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LANL) 과학자들은 바로 이 문제의 해답이 ‘핵폐기물’에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위험한 부산물을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 전환하는 혁신적 구상을 내놓았다.

삼중수소는 다수의 핵융합 설계에서 필수적인 연료지만, 자연계 존재량은 극미하며 현재 전 세계 비축량은 수십 파운드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캐나다 원자로의 부산물로 생산되며, 파운드당 약 1,500만 달러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질 중 하나다. 미국은 국내 공급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로스 알라모스 연구진은 상반된 문제 ― 즉, 수천 톤에 달하는 상업용 원자로의 고준위 폐기물 처리 부담 ― 에 주목했다. 물리학자 테런스 타르노프스키 박사는 “핵폐기물을 삼중수소 공급원으로 전환해 부채를 자산으로 바꾸자”는 발상을 제안했다.

그의 구상에 따르면, 기존 원자로의 연쇄반응 대신 입자 가속기를 활용해 폐기물에 에너지를 주입하면 일련의 제어된 반응이 일어나 삼중수소가 생성된다. 컴퓨터 모델링 결과, 1GW 규모 시설은 연간 4.4파운드의 삼중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캐나다 전체 원자로 생산량과 맞먹으며, 효율은 기존 핵융합 발전소의 10배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실제 구현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비용, 안전성, 확장성을 검증해야 하며, 연구팀은 핵폐기물을 용융 리튬염에 담는 방식을 유력한 옵션으로 검토 중이다. 이는 냉각제로 작동하는 동시에 무기급 물질 추출을 억제하는 안전장치 역할도 할 수 있다.

이 접근이 성공한다면 삼중수소 공급난과 핵폐기물 저장 부담을 동시에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폐기물을 단순히 위험한 잔재물이 아닌, 글로벌 청정에너지 전환의 자원으로 재정의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가 아직 실험적 단계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핵융합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잠재적 게임 체인저”라며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