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규훈 기자] 재생에너지 확대의 최대 과제로 꼽혀온 ‘전력 저장 문제’에 해법이 제시됐다. 영국에서 가동을 시작한 녹색 암모니아 발전소가 잉여 풍력을 저장·활용하는 새로운 에너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시설위원회(STFC) 에너지연구소는 재생 가능 전기를 활용해 녹색 암모니아를 생산·저장하는 프로토타입 시설을 구축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시설은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던 재생 전력을 암모니아 형태로 저장한 뒤, 필요 시 수소를 추출해 전기를 다시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에 공개된 발전소는 ASPIR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국 정부의 10억 파운드 규모 ‘넷제로 혁신 포트폴리오’ 지원을 받아 추진됐다. 해당 포트폴리오는 저탄소 기술과 시스템 개발을 통해 탈탄소화 비용을 낮추고, 기후변화 대응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SPIRE 프로젝트의 핵심은 풍력 등 재생에너지 공급이 많을 때 저비용 전기를 활용해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전력 수요가 높을 때 이를 다시 에너지로 전환하는 유연한 생산·저장 기술이다. 실제 운영 데이터를 통해 향후 대규모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고, 녹색 암모니아가 화석연료 기반 암모니아와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기술은 영국이 해상풍력에 11억 파운드를 투자하며 2030년까지 무탄소 전력 시스템 구축, 2035년까지 온실가스 81% 감축을 추진하는 시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24년 기준 영국에서는 생산된 풍력 전력의 약 10%가 수요 부족과 저장 한계로 사용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녹색 암모니아는 기존 생산 방식 대비 탄소 감축 효과도 크다. ASPIRE 기술은 회색 암모니아 대비 탄소배출을 약 90%, 블루 암모니아 대비 약 70% 줄일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직접 연계 가능한 확장형 기술이라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또한 변동성 큰 가스 가격과 탄소 배출 비용 부담에서 자유롭다.
녹색 암모니아 발전소는 에너지 저장 외에도 ▲탈탄소 해운 연료 ▲비료 제조 ▲저탄소 수소 공급 ▲피크 수요 시 전력 재공급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지닌 다목적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STFC 에너지연구소의 수석 엔지니어이자 ASPIRE 프로젝트 책임자인 트리스탄 다벤은 “ASPIRE의 진정한 강점은 암모니아를 가변 속도로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과 산업 확장성에 있다”며 “이는 버려지던 풍력 에너지를 문제에서 가치 있는 자원으로 전환하는 실질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운영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녹색 암모니아가 화석연료 기반 생산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기술을 확장하는 데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ASPIRE 프로젝트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저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영국은 물론 글로벌 에너지 전환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