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A, UKAEA 핵융합 기술 시설에서 잠재적 핵융합 발전소 부품을 시험하는 극저온 장비 출처: UKAEA

[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영국이 핵융합 에너지의 상업화를 향한 기술 검증 단계에 본격 돌입했다. 영국원자력청(UKAEA)이 공개한 새로운 핵융합 실험장치가 지역 전력 공급을 목표로 한 차세대 핵융합 발전소 설계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영국원자력청(UKAEA)은 핵융합 발전소 환경을 모사해 극한 조건에서 핵심 부품을 시험할 수 있는 신규 핵융합 장비 ‘ELSA’를 사우스요크셔에 위치한 핵융합기술시설(FTF)에서 공개했다고 밝혔다. ELSA는 섭씨 영하 253도에서 영하 203도(20~70K)에 이르는 극저온 환경을 구현해, 고온 초전도(HTS) 자석이 실제 핵융합 플랜트 조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검증한다.

ELSA는 핵융합로 내부에서 플라즈마를 가두는 데 필수적인 HTS 자석의 작동 온도를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UKAEA는 이를 통해 발전소 설계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데이터와 내구성 평가 결과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UKAEA 핵융합기술시설 책임자인 매트 스티븐슨 교수는 “사우스요크셔의 역할은 ‘핵융합 에너지를 어떻게 상업적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라며 “ELSA를 통해 발전소 설계에 최적화된 재료와 환경을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LSA의 핵심 연구 대상 중 하나는 재장착 가능한 접합부(RMJ)다. 이는 토카막 핵융합 장치의 토로이달 자석 코일에 적용되는 기술로, 유지·보수를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RMJ는 향후 핵융합 발전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UKAEA 엔지니어들은 HTS 코일의 전기 저항을 소비자 전자제품 대비 백만 분의 1 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소한의 에너지 소비로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고, 운영 비용을 절감해 핵융합 전력의 상업적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ELSA에서 검증되는 기술은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STEP(Spherical Tokamak for Energy Production) 프로그램과 직결된다. STEP은 노팅엄셔 웨스트 버튼 지역에 2040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될 핵융합 시범 발전소로, ELSA에서 시험된 초전도 자석과 접합 기술이 실제 플랜트에 적용될 예정이다.

지역 당국이 의뢰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STEP 프로젝트는 발전소가 완전 가동될 경우 약 6,500개의 현장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설 단계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고용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STEP 캠퍼스는 향후 글로벌 핵융합 연구·개발의 거점으로 성장해, 지역 교육기관과 연계한 전문 인력 양성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UKIFS(영국핵융합혁신청) STEP 프로그램 디렉터인 제임스 코완 박사는 “지구에서 별의 에너지를 구현하려면 과학과 공학, 제조 역량이 긴밀히 결합돼야 한다”며 “ELSA는 이러한 협력 모델이 실제 기술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ELSA를 통해 핵융합 발전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입증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전력 공급과 글로벌 청정에너지 시장을 겨냥한 핵융합 발전소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