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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미국이 전기차(EV) 전환을 가속화하더라도 노후화된 송전망이 그대로라면 기후변화 대응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진은 “청정 에너지가 EV 충전기에 도달하지 못하면, 화석연료 발전소 의존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고급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력 수요, 차량 사용 패턴, 기존 송전 인프라를 분석했다. 그 결과 EV 보급률이 높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송전망 혼잡이 주요 병목으로 드러났다.
특히 충전 수요가 높은 도심은 수백 마일 떨어진 중서부 풍력발전소와 남서부 태양광 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인근 화력발전소를 가동하게 되어, EV 보급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이 증가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연구진은 미국 전역의 휘발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화석연료와 맞먹는 가상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송전망이 이상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상황에서는 운송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사라지지만, 현행 송전망 조건에서는 배출 절감 효과의 약 3분의 1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많은 시간대에 맞춰 충전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충전’ 기술도 한계를 드러냈다. 혼잡한 송전망이 걸림돌이 되면서 청정 전력의 도심 전달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송전망 전면 교체가 아닌 전송 용량 3~13% 확대만으로도 EV 전환의 기후 이점을 최대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혼잡이 심한 구간의 고압선 신설 및 기존 노선 강화, 그리고 미국 3대 전력망(동부·서부·텍사스) 간 연결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정 에너지를 만들었다면, 그것이 도착할 ‘길’도 청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메시지다. 연구진은 “전기차 확대와 재생에너지 확충만으로는 부족하며, 송전 인프라 개선이 병행돼야 진정한 탈탄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