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유럽연합(EU)이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을 통해 포장 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다. 재사용 가능한 포장 시스템의 확대와 일회용 포장제의 제한을 골자로 한 이 규정은 순환경제를 가속화할 뿐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의 행동 방식에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PPWR은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의 재활용 가능성을 의무화하고, 재사용을 기본으로 하는 시스템 전환을 목표로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도 더욱 강화되어, 포장 폐기물 감축을 위한 실질적 조치로 평가받는다.
이는 단순한 규제 이상으로, 유럽 전역의 포장 산업에 혁신과 재설계를 강제하고 있다. 특히 테이크아웃 음식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분야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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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에서 ‘재사용’으로… 포장의 개념이 바뀐다
지금까지 지속 가능성은 ‘재활용 가능 여부’에 집중됐지만, EU는 한발 더 나아가 포장 자체를 ‘다시 쓰는 것’을 새로운 기준으로 삼았다. 리필 용기, 반환 시스템 같은 순환 포장 시스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내구성과 반복 사용을 고려한 포장 디자인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포장재는 이제 단순 보호 수단이 아닌 ‘재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간주되며, 에코 디자인이 산업계 전반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에게 비용과 규제, 기술적 도전이라는 삼중 부담을 안긴다. 특히 새로운 재료 연구와 제조 공정 개선은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동시에, 시장 선도 기업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빠르게 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지속 가능성에 민감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고, EU의 기후 목표에도 부합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규정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 인식의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EU는 대중 인식 캠페인을 통해 재사용의 필요성을 알리고, 일회용 포장의 환경적 영향을 환기시킬 계획이다.
또한 일부 기업은 자체 용기를 가져온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등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법적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며, 정부-기업-소비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가장 큰 변화의 파고, 테이크아웃과 전자상거래
일회용 포장에 크게 의존해 온 테이크아웃 산업은 고객이 개인 용기를 가져올 수 있도록 서비스 시스템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역시 과잉 포장을 줄이고 재활용 재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이 두 산업이 변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곧 다가올 2030년 규정 마감일이 시험대가 될 것이다.
EU의 포장 폐기물 지침은 단순한 환경 규제를 넘어, 전 산업계에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의 재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재사용의 표준화, 에코디자인의 확대, 소비자의 문화적 수용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이 혁신은 진정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