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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CERN이 세계 최초로 반물질을 기반으로 한 양자 비트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획기적인 성과는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과 반물질 간의 미묘한 차이를 탐구하고, 물리학의 표준 이론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의 BASE(Base Apparatus for Antiproton and Antihydrogen Spectroscopy) 실험팀은 최근 단일 반양성자를 두 개의 서로 다른 양자 상태 사이에서 약 1분 동안 일관되게 진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반물질 입자가 양자 비트(큐비트)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실험으로 기록됐다.

이러한 기술은 반물질의 자기적 특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분광학적 방법을 제시하며, 물질과 반물질이 동일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CPT(전하-패리티-시간) 대칭성에 대한 보다 엄격한 실험적 검증을 가능하게 한다.

“반물질도 양자 컴퓨터처럼 진동한다”

반양성자는 양성자와 질량은 같지만 전하가 반대인 입자로, 기본 양자역학적 성질인 ‘스핀’을 갖는다. 이 스핀은 마치 막대 자석처럼 두 방향 중 하나를 가리키는 성질이 있는데, 이 상태가 일관된 양자 진동을 유지한다면, 반물질도 큐비트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이론이 현실화된 것이다.

기존에는 이러한 일관된 양자 전이가 원자나 이온 등 복수의 입자에서만 관측되었으나, 이번 실험에서는 단일 반입자의 스핀 상태 변화가 정밀하게 조작되고 측정되었다.

BASE 실험은 반물질 공장에서 생산한 반양성자를 정밀 전자기장 장치인 페닝 트랩(Penning trap)에 저장한 뒤, 두 번째 트랩에서 스핀 상태를 변경하거나 감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실험에 사용된 장치는 반양성자가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랜 시간 양자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표준 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학 탐색

이번 실험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반양성자의 자기 모멘트(스핀 방향에 따른 자기 특성)를 고정밀로 측정하는 것이다. 물질(양성자)과 반물질(반양성자)의 자기 모멘트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면, 이는 물리학의 표준 모델이 설명하지 못하는 새로운 물리학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BASE 프로젝트를 이끄는 스테판 울머(Stefan Ulmer) 박사는 “이번 실험은 최초의 반물질 큐비트를 실현한 것이며, 향후 반물질 시스템에 정밀 분광학 기술을 전면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향후 실험에서는 반양성자의 자기 모멘트를 지금보다 10배에서 100배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물질 연구의 정밀도 높이는 ‘BASE-STEP’

이 연구는 단순히 실험실 안에서의 물리 실험을 넘어, 반입자를 외부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운반하고 조작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 BASE는 ‘BASE-STEP’ 프로젝트를 통해 반양성자를 보다 자장(자기장) 환경이 안정된 공간으로 운반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BASE-STEP의 책임 연구원 바바라 라타츠(Barbara Latacz)는 “향후 오프라인 정밀 측정을 위한 새로운 페닝 트랩 시스템이 도입되면, 스핀 일관성 유지 시간이 현재보다 10배 길어질 수 있다”며, “이는 반물질 연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도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