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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유럽이 2050년 ‘배출가스 제로’ 에너지 시스템을 향해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해양 에너지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Ocean Energy Europe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파도와 조류가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풍력·태양광의 간헐성을 보완하며, 전기 요금을 낮추고 전력망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50년까지 배출가스 없는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대규모 확대가 필수적이다. 풍력과 태양광은 이미 가장 저렴한 전력원으로 자리잡았지만, 기상 조건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하는 한계가 있다.

여기서 주목받는 것이 해양 에너지다. 조력은 수백 년 전부터 정확히 예측 가능한 조수 주기를 기반으로 전기를 생산하며, 파력은 바람이 멈춘 뒤에도 수 시간 동안 안정적인 출력을 유지한다. 이러한 특성은 풍력·태양광의 약점을 메우며 전력망 균형을 맞추는 데 이상적이다.

실제 연구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아일랜드는 19GW의 파력 에너지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2030년 단 1GW만 도입해도 탄소 배출량이 12% 감소하고 연간 3억 유로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포르투갈도 15.5GW의 파력 자원을 보유, 1GW 설치만으로 16.4%의 배출 절감과 2억 3천만 유로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영국은 36GW 이상의 해양 에너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보수적으로 1GW만 투입해도 1억 파운드 절약이 가능하다.

페로 제도의 경우, 2030년 100%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조력 발전을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다. 현지 연구에 따르면 72MW의 조력을 추가하면 전체 시스템 비용을 10년간 3,300만 유로 줄일 수 있다.

Ocean Energy Europe은 “해양 에너지는 소규모 도입만으로도 화석연료 사용과 CO₂ 배출을 줄이고 전력망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전력 수요가 높은 겨울철에 특히 빛을 발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기술은 상용화 초기 단계로, 대규모 배치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보조금 유지, 국가 에너지 전략 내 목표 설정, 허가 절차 간소화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결국 해양 에너지는 더 이상 “가능성 여부”가 아닌 “산업화 속도”의 문제다. 유럽이 지난 수년간 지원해온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이제는 전기요금을 낮추고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