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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전자제품 제조, 특히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PFAS(과불화알킬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의 환경적 영향과 규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고성능 정밀소재로 쓰이는 PFAS는 전자 제조의 여러 핵심 공정에 필수적이지만, 높은 환경 잔존성과 독성 문제로 인해 업계 전반의 대응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 전자 산업은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PFAS를 능동적으로 추적하고 제거하는 체계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PFAS는 반도체 제조 과정의 포토리소그래피, 식각, 웨이퍼 세척, 고주파 회로 등 다양한 공정에서 핵심 소재로 활용된다. 특히 10nm 이하의 정밀한 패터닝을 가능하게 하는 포토레지스트와 플라즈마 식각 공정에 필수적인 과불화 계면활성제는 그 대체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로 인해 플라즈마 챔버, 배기 시스템, 폐수 라인 등에 오염물질이 축적되며, 공정 중단이나 유지보수 시 주변 환경에 노출되는 2차 오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오염 경로는 다양하다. 폐수, 공정 가스, 헹굼용액, 포장재 등 전방위에서 PFAS가 유입될 수 있으며, 심지어 화학물질 전달용 라인의 씰이나 개스킷에서도 미량 PFAS가 검출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업계는 LC-MS/MS 분석, 연소 이온 크로마토그래피(CIC), 열 탈착 GC/MS 등 정밀 분석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며, 일부 선도 기업은 공급망 전체에 걸친 불소계 물질 투명성을 요구하고 자체 PFAS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규제 또한 강화되는 추세다. EU는 REACH 규제를 통해 수천 종의 PFAS를 향후 10년 내 단계적으로 퇴출할 계획이며, 미국 환경청(EPA) 역시 음용수 기준과 TRI(독성방출목록) 등을 통해 PFAS에 대한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내 일부 주는 전자제품 포장 및 난연제 등에 PFAS 사용을 독자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정 미준수는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소재, 장비, 공정 설계 차원에서 탈(脫) PFAS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PFAS를 포함하지 않은 대체 계면활성제 및 포토레지스트 개발, 플라즈마 노출 최소화 공정 설계, 고성능 저감장치 도입 등 다각적인 변화가 진행 중이다. ESG 전략 차원에서도 PFAS 관리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브랜드 신뢰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노후 장비의 재활용·폐기 과정에서 PFAS 잔류물을 적절히 처리하는 것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장비는 해체 과정에서 PFAS를 함유한 오염물질을 방출할 수 있으며, 이는 각국의 유해폐기물 규제에 따라 전문적인 처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전자산업은 이제 PFAS를 ‘피할 수 없는 필수재’가 아닌, 적극적으로 통제·대체해야 할 위험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기술적 정밀성과 시스템 차원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능동적 제거 전략이다. 지속가능한 전자 제조를 위해, PFAS와의 투명한 이별 준비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