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미국이 소형 원자로 실증 실험의 새 장을 연다.

외신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DOE)는 세계 최초의 전용 핵 마이크로리액터 테스트베드인 ‘DOME(Demonstration of Microreactor Experiments)’에서 실험을 이끌 두 기업으로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와 래디언트(Radiant)를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실험은 빠르면 2026년 봄,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실험은 연료가 공급된 마이크로리액터의 실증으로는 세계 최초 사례로, 핵 마이크로리액터의 상용화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DOE는 이 프로젝트가 “미국이 차세대 원자력 기술을 주도할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며, 신뢰성 높은 저탄소 전력을 필요한 시점과 장소에 공급할 수 있는 실용적 솔루션으로서 마이크로리액터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마이크로리액터는 1~20메가와트의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로, 트럭이나 항공기를 통해 외딴 지역으로 운송할 수 있으며, 한 번의 연료 주입으로 최대 10년간 자율 운전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재난 현장, 군사 기지, 광산, 외딴 지역 사회 등 오프그리드 환경에서 이상적인 전력 공급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eVinci 원자로’를, 래디언트는 ‘Kaleidos 개발 유닛’을 각각 DOME에서 실험한다.
웨스팅하우스의 eVinci는 수동 냉각 기술과 고성능 히트파이프 설계를 적용한 5MW급 원자로로, 단 2에이커의 면적에 설치 가능해 외딴 마을이나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래디언트의 Kaleidos는 고온가스냉각 방식의 1.2MW급 원자로로, 디젤발전기의 친환경 대체 수단으로 개발됐다. 병원, 군사시설 등 중요 기반시설의 비상 전원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됐으며, 5년 연료주기와 컴팩트한 구조가 특징이다.

DOME 실험은 최대 6개월간 운영되며, 각 프로젝트는 기술 성숙도, 연료 공급 가능성, 규제 계획 등을 기준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실험 자체는 민간이 자체 자금으로 수행한다.

현재 건설 중인 DOME는 DOE 산하 ‘국립 원자로 혁신 센터(NRIC)’가 운영하며, 최대 20MW 열출력을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됐다. DOME는 상업화와 규제 인증을 위한 핵심 데이터를 제공하며, 차세대 원자력 기술의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진입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반 역할을 맡는다.

DOE는 첫 번째 스케줄링 신청을 이미 마감했으며, 다음 실험 기회는 2026년 여름으로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설계 모델이 실험 파이프라인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DOE는 “작고 안전하며 확장 가능한 원자로야말로 미래형 에너지 전략의 핵심”이라며, DOME가 미국 청정에너지 혁신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실험의 성공 여부에 따라 미국은 신뢰성 높은 독립형 전력 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선도국으로 부상할 수 있으며, 핵 마이크로리액터 기술이 수소 생산, 담수화, 재생 가능 마이크로그리드와의 통합 등 다양한 에너지 수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