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미국의 공공·민간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새로운 인공지능(AI) 시스템이 핵융합로 내부의 ‘열 그림자’를 불과 수 밀리초 만에 예측할 수 있게 하면서, 차세대 청정에너지 상용화를 앞당길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최대 30분 이상 소요되던 분석 시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핵융합로 설계·운영의 효율성과 안전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핵융합은 태양과 같은 별의 에너지원으로, 사실상 무한한 청정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발전 방식으로 꼽힌다. 그러나 토카막(toroidal chamber)이라 불리는 도넛 모양의 자기장 용기 안에서 플라즈마는 태양 중심부를 능가하는 온도에 달하며, 이로 인한 열 손상은 상용화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였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Commonwealth Fusion Systems(CFS), 에너지부 산하 프린스턴 플라즈마 물리학 연구소(PPPL),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이들이 개발한 ‘HEAT-ML(Heat flux Engineering Analysis Toolkit – Machine Learning)’은 원자로 내부에서 자기장의 영향으로 플라즈마의 직접적인 열이 닿지 않는 ‘자기 그림자(magnetic shadow)’ 구역을 실시간에 가깝게 찾아낸다.
기존 방식은 HEAT라는 오픈소스 툴을 이용해 3차원 ‘섀도우 마스크’를 계산했지만, 자기선 추적과 복잡한 원자로 형상 시뮬레이션 때문에 한 번의 분석에 최대 30분이 걸렸다. HEAT-ML은 HEAT 시뮬레이션 1,000여 건을 학습한 심층 신경망(DNN) 기반 AI로, 동일 작업을 단 몇 밀리초 안에 수행해 병목 현상을 해소했다.
이 기술은 현재 CFS가 개발 중인 SPARC 토카막의 배기 시스템 일부, 특히 플라즈마 열이 집중되는 바닥부 15개 타일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이 구역의 자기 그림자를 신속하게 파악해 내열 재료 배치와 장치 설계를 최적화하고, 비상 정지 위험을 낮추고 부품 수명을 늘릴 수 있다. 나아가, 가동 중에도 자기장 설정을 즉시 조정해 민감한 표면의 열 부하를 줄이는 실시간 운영 지원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HEAT-ML을 토카막의 배기 시스템을 넘어 내벽, 플라즈마 대면 장치 등 모든 구성 요소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장치 형태와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열 그림자’ 매핑이 가능해지면,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에서 유지보수 비용 절감과 가동률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핵융합 상용화를 향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설계·시뮬레이션 속도를 분 단위에서 밀리초 단위로 단축한 HEAT-ML은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산업적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SPARC를 시작으로 전 세계 핵융합 프로젝트에서 표준 도구로 자리잡을 경우, 청정에너지 시대 도래를 앞당기는 핵심 기술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