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을 잠식하고 화재 위험을 키우는 ‘리튬 도금’을 인공지능으로 조기에 감지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상하이 과학기술대학교 연구팀이 공개한 이 솔루션은 기존 하드웨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97% 이상의 정확도로 위험 징후를 포착해, 전기차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리튬 도금은 리튬이온 배터리 충전 중 특정 조건에서 음극 표면에 금속 형태로 침착되는 현상으로, 배터리 성능 저하뿐 아니라 화재와 폭발을 유발할 수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급속충전, 저온 환경, 과도한 충전 상태에서 리튬이 흑연 사이에 제대로 삽입되지 않고, 바늘처럼 자라는 '수상돌기'로 발전할 경우 내재된 폭발 위험은 배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초기 단계에서 외부로 드러나는 징후가 없어 사전 감지가 극도로 어려웠다. 이에 상하이 연구팀은 머신러닝 기반 진단 시스템을 개발해 대응에 나섰다.
핵심은 ‘펄스 충전’ 중 수집한 전류·전압 신호를 분석하는 AI 감지 알고리즘이다. 연구팀은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서도 수집 가능한 표준 신호만으로 리튬 도금의 초기 징후를 97.2%의 정확도로 포착했다.
물리적 센서나 추가 장비 없이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기존 시스템을 크게 변경하지 않고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부각된다.
또한 단일 신호 분석보다 높은 정확도를 구현한 비결은 ‘다차원 특징 추출’에 있다. 연구팀은 내부 저항 변화, 전압 이완(완화) 등 다양한 변수 조합을 분석해 리튬 도금의 전기적 ‘지문’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위험의 전조를 정밀하게 추출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 기술은 전기차뿐 아니라 스마트폰, 드론,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리튬이온 배터리 플랫폼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 향후에는 고속충전 상황에서 도금 위험을 실시간 분석해 충전 속도를 자동 조절하는 ‘적응형 충전 제어’로 진화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배터리의 안전성과 수명 관리 기술은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AI 기반 리튬 도금 감지 기술은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전기차 대중화를 견인할 ‘안전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