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완전히 끊고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대적인 전환에 나섰다.
외신을 종합하면 EU 집행위원회는 7일 ‘REPowerEU 로드맵’을 공식 발표하고,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가스·석유·핵 연료를 단계적으로 전면 중단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드러난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지정학적 독립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공갈과 경제적 강압, 에너지 가격 충격의 위험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REPowerEU를 통해 우리는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근본적으로 줄였고, 이제는 신뢰할 수 없는 공급원과의 연결을 완전히 끊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5월 발표된 REPowerEU 계획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에너지 효율 향상, 에너지 공급원 다각화를 중심으로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해왔다. 그 결과, 러시아산 가스 수입은 2021년 1,500억 입방미터에서 2024년 520억 입방미터로 감소했고, 석유 수입은 27%에서 3%로 급감했으며 석탄은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
EU는 2025년까지 모든 회원국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연내에는 파이프라인 및 LNG 신규 계약 금지, 기존 계약의 단계적 종료 등 법적 조치를 도입할 방침이다. 목표 시점은 2027년 말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 '제로화'다.
핵 연료 분야에서도 EU는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 제한, 대체 연료 전환, 방사성 동위원소 자립을 위한 ‘유럽 방사성 동위원소 계곡 이니셔티브’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통한 석유 제재 회피도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EU의 이번 로드맵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넘어, 에너지 독립과 기후중립, 그리고 지정학적 회복력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집행위는 다음 달 관련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며, 유럽의 에너지 지형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