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지구의 ‘녹색 허파’인 숲의 건강과 탄소 저장량을 우주에서 정밀 추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외신을 종합하면 유럽우주국(ESA)은 29일(현지시각)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의 유럽 우주센터에서 ‘바이오매스 위성(Biomass Satellite)’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번 위성 발사는 전 세계 산림의 구조와 탄소 저장 상태를 추적하고,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정량적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한 최첨단 지구 관측 임무의 시작을 알린다.
지구 탄소 순환 이해를 위한 전환점
ESA가 야심차게 추진한 바이오매스 임무는 산림에 저장된 목질 바이오매스를 전례 없이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최초의 위성 프로젝트다. ESA 지구관측국장 시모네타 첼리(Simonetta Cheli)는 “전 세계 숲에 얼마나 많은 탄소가 저장돼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이라며, “기후 시스템에 대한 주요 지식 격차를 메우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위성의 임무가 ESA의 지구탐험가(Earth Explorer) 시리즈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라며, 지구 기후 변화 대응에 필수적인 과학 데이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궤도 진입과 첫 신호 성공
바이오매스 위성은 4월 29일 오전 11시 15분(중앙유럽 일광절약시간 기준), 베가-C 로켓에 실려 이륙했다. 발사 약 1시간 후 위성은 로켓 상단부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되었으며, 12시 28분 독일 다름슈타트에 위치한 ESA 유럽우주운영센터(ESOC)는 남극 트롤 지상국을 통해 위성의 첫 신호를 수신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위성이 정상적으로 궤도에 진입했음을 확인했다.
향후 며칠 동안 ESA는 발사 직후 점검 및 조정 작업에 착수한다. 여기에는 길이 7.5m의 붐과 직경 12m의 거대한 메시 레이더 반사경을 전개하고, 모든 센서 및 시스템이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포함된다.
P-밴드 레이더 기술로 숲 내부까지 추적
바이오매스 위성의 핵심은 바로 P-밴드 합성 개구 레이더(SAR)다. 이 레이더는 강력한 전자파를 방출해 두꺼운 구름이나 울창한 숲 캐노피도 투과하며, 나무줄기와 가지, 심지어 숲 바닥에서 반사된 신호를 수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목질 바이오매스—숲 속 탄소의 주요 저장 형태—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 고유한 레이더 시스템은 에어버스 UK를 중심으로 50개 이상의 유럽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기후변화 분석을 위한 핵심 관측 도구로 평가된다. 특히 현재까지 열대우림과 같은 고밀도 지역에서 탄소 저장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던 과학적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정보
지구의 숲은 매년 약 80억 톤의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며, 탄소순환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하지만 삼림 벌채와 황폐화가 지속되면서 저장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으며, 이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주요 요인이다.
현재까지는 산림 탄소 저장량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데이터가 부족해, 기후과학 및 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바이오매스 위성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임무로, 전 세계 산림의 탄소 저장량 및 연간 변화량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삼림 벌채, 토지 이용 변화, 자연적 산림 재성장 등에 따른 탄소의 플럭스(순이동량)까지 추정할 수 있어, 국제기후협약 및 탄소중립 전략 수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기후과학과 정책을 잇는 ‘데이터 허브’
향후 5년 이상 궤도에서 작동하게 될 바이오매스 위성은 과학자와 정책 입안자 모두에게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시간 경과에 따른 산림 구조 변화, 지역별 탄소 저장 역학, 자연 복원력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산림 보호와 기후 변화 완화를 위한 글로벌 대응 전략에 핵심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ESA는 이번 발사가 “숲을 측정하고 기후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라고 선언했다. 바이오매스 위성은 인공위성을 활용한 탄소 감시와 기후 대응 기술이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실행 가능한 솔루션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