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암흑 물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탐색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초고감도 양자 검출기가 기존 기술로는 감지하기 어려웠던 희귀 입자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다.

이번 연구는 극히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입자를 탐지하도록 설계된 고성능 센서를 통해, 암흑 물질뿐 아니라 새로운 물리 현상과 원자로 중성미자 검출까지 아우를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텍사스 A&M 트리가 원자로에서 저에너지 중성미자를 탐색하는 데 사용되는 MINER 검출기이다. 이 사파이어 검출기는 암흑물질 탐색뿐만 아니라 새로운 물리학의 증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핵 비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원자로 중성미자 검출에도 사용할 수 있다. 출처: 텍사스 A&M 대학교

“10년에 한 번 일어날 신호도 잡아야 한다”

연구를 이끈 루팍 마하파트라 박사는 암흑 물질 탐색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한다.
“암흑 물질은 너무 약하게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혹은 10년에 한 번 일어날 사건도 관측할 수 있을 만큼 민감한 검출기가 필요합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사파이어 기반 양자 검출기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도록 설계됐다. 이 검출기는 극저온 환경에서 미세한 에너지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어, 기존 탐지 한계를 크게 낮췄다.

TESSERACT·MINER로 확장되는 활용 가능성

이번 성과는 세계적 암흑 물질 탐색 프로젝트인 TESSERACT 검출기에 적용되며 실증되고 있다. TESSERACT는 초전도·양자 센서 기술을 활용해 저질량 암흑 물질 후보를 탐색하는 실험으로, 기존 접근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동일한 검출 기술은 텍사스 A&M의 MINER 검출기처럼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저에너지 중성미자 탐지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는 기초과학을 넘어 핵 비확산과 원자력 감시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미지의 구성요소

현재 우주 에너지 구성의 약 68%는 암흑 에너지, 27%는 암흑 물질로 추정된다. 우리가 직접 관측 가능한 일반 물질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는 빛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지만, 중력 효과를 통해 은하와 우주 구조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암흑 물질을 직접 검출하는 것은 우주의 기본 구조와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데 핵심 과제로 꼽힌다.

SuperCDMS에서 축적된 25년 연구의 결실

마하파트라 박사의 연구는 25년 이상 축적된 암흑 물질 탐지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직접 탐지 실험인 SuperCDMS에 참여하며 검출 민감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특히 2014년에는 전압 보조 열량 이온화 검출 기법을 도입해 저질량 WIMP(약하게 상호작용하는 질량 입자) 탐색의 문을 열었다. 이 기술은 기존 실험으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영역까지 탐지 범위를 확장했다.

마하파트라는 2022년 직접 탐지, 간접 탐지, 입자가속기 실험을 결합한 다중 접근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에도 참여했다. 그는 “어떤 하나의 실험도 모든 답을 제공할 수 없다”며 “서로 다른 탐색 방법 간의 시너지가 암흑 물질 퍼즐을 푸는 열쇠”라고 말했다.

새로운 물리학으로 향하는 관문

연구진은 이번 양자 검출 기술이 암흑 물질 발견에 그치지 않고, 물리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극도로 민감한 감지 기술은 아직 상상되지 않은 새로운 입자와 상호작용을 드러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하파트라는 “암흑 물질을 실제로 검출할 수 있다면, 자연의 근본 법칙에 대한 이해가 크게 확장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탄생할 기술은 오늘날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