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지난 2년간 인공지능(AI)은 이사회 논의와 투자 계획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2026년이 들어서면서 기업들의 초점은 새로운 실험이 아닌 실제 운영 성과와 확장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도입의 질문이 ‘가능한가’에서 ‘어디에서 실제 가치를 내는가’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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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 경고 속 전략 재정렬

주식시장 고평가와 과도한 기대를 배경으로 한 이른바 ‘AI 버블 붕괴’ 논쟁은 2026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현장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Tax Systems의 최고경영자 브루스 마틴은 “버블이 꺼진다는 의미는 AI가 가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명확해진다는 뜻”이라며 “이는 기업들이 불필요하게 복잡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막는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인프라 시장에서도 유사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Leaseweb UK의 전무이사 테리 스토러는 “AI 시장이 초기 과열 국면에서 실용적 성장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2026년에는 과대 광고보다 효율성과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AI 활용이 우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속도 조절… ‘유연성’이 핵심 키워드

기업들은 AI 투자를 멈추기보다 속도와 구조를 재조정하고 있다. StorMagic의 CEO 수잔 오들은 “재정 압박에도 견딜 수 있도록 IT 현대화와 AI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2026년을 주도할 조직은 기술보다 소통과 신뢰 구축에 능한 리더십을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구매자 역시 변하고 있다. Fluke Corporation의 eMaint 부사장 제이 핵은 “AI 자체는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니다”며 “구매자들은 시연이 아니라 검증된 결과와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제조 현장, AI는 ‘지능 확장’ 도구로

공급망과 제조 분야에서는 AI가 파일럿과 개념 검증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 시스템에 통합되고 있다. Blue Yonder의 유럽 제조 전략 담당 사이먼 보우스는 “위기 이후 기업들은 회복력이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예측과 학습 능력이라는 점을 인식했다”며 “AI를 활용한 공급망 개선은 이미 검증 단계에 들어섰고, 과제는 이를 대규모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전트형 AI 역시 주목받고 있다. Fluent Commerce의 최고전략책임자 니콜라 킨셀라는 “에이전트 AI는 글로벌 운영에서 필요한 유연성과 확장성을 제공한다”며 “기상·물류·시장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객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폭증… 저장 인프라 재편 불가피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데이터 저장 문제는 2026년에도 핵심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IBM의 LTO 프로그램 담당 카를로스 산도발 카스트로는 “생성형 AI는 비정형 데이터 폭증을 초래하고 있다”며 “테이프와 저비용 장기 저장 매체를 포함한 단계적 아키텍처가 페타바이트 규모 환경에서 비용 효율적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I 확산은 사이버 보안과 데이터 보호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Commvault의 북유럽 담당 부사장 마틴 기틴스는 “AI 환경에서는 보안·신원·복구를 분리해 관리하는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회복력 운영(ResOps)’ 개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격 역시 진화하고 있다. Node4의 CTO 마크 스켈턴은 “에이전트형 AI가 확산될수록 거버넌스 가드레일 도입을 미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HackerOne의 로리 머서는 “공격자들은 이미 대형 언어 모델을 활용해 취약점을 무기화하고 있다”며 “2026년 말까지 다수의 기업 보안팀이 AI 기반 탐지·대응 도구를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시대의 핵심 역량은 ‘사람’

AI가 일상 업무에 내재되면서 인간의 역할도 재정의되고 있다. Aqilla의 최고제품책임자 캐리스 토마스는 “2026년은 새로운 형태의 AI 문해력이 요구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프롬프트 이해와 검증 능력은 현대 업무 역량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Syspro의 크리스 로이드 역시 “AI는 데이터 품질만큼만 신뢰할 수 있다”며 “AI 도입 속도는 기술이 아니라 경영진의 신뢰 수준을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전반의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하다. 2026년 AI의 핵심은 과감한 도입이나 화려한 선언이 아니라 통제 가능성, 신뢰, 명확한 성과다. AI는 더 이상 실험 대상이 아니라, 실제 운영을 책임지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