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미국이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우라늄 농축 역량 강화와 국내 핵연료 공급망 재건에 나선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DOE)는 향후 10년간 27억 달러(한화 약 3조 5천억 원)를 투자해 외국산 우라늄 의존도를 낮추고, 차세대 원자로의 핵심 연료인 고분석 저농축 우라늄(HALEU)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대규모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에너지 안보를 지키고 글로벌 원자력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 셔터스톡/RHJPhtotos

LEU부터 차세대 HALEU까지… 3개사에 27억 달러 집중 지원

이번 투자의 핵심은 현재 상업용 원자로에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LEU)의 안정적 확보와 미래형 원전(SMR 등)에 필수적인 고분석 저농축 우라늄(HALEU)의 독자 생산이다.

DOE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3개 기업을 선정해 각각 9억 달러씩을 배정했다. ▲아메리칸 센트리퓨지(American Centrifuge Operating)와 ▲제너럴 매터(General Matter)는 국내 HALEU 농축 시설 구축을 전담하며, ▲오라노 연방 서비스(Orano Federal Services)는 기존 원전의 중추인 LEU 농축 확대를 맡는다.

모든 자금은 프로젝트 단계별 이정표를 달성할 때마다 지급되는 성과 기반 구조로 관리되어 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레이저 농축 등 혁신 기술 투자로 ‘기술 격차’ 확대

전통적인 원심분리 방식 외에도 차세대 혁신 기술에 대한 투자도 병행된다. DOE는 글로벌 레이저 농축(Global Laser Enrichment) 사에 2,8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해 레이저 기반 농축 기술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이 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비용과 에너지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미국이 글로벌 핵연료 주기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지원은 현 가동 원자로와 미래 첨단 원자로를 구동할 안전한 국내 원자력 연료 공급망을 복원하겠다는 행정부의 강력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위험 해소와 경제 활성화 ‘일석이조’

미국이 이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해마다 높아지는 지정학적 불안정성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상당 부분의 우라늄 농축 서비스를 해외 공급원에 의존해 왔으며, 이는 공급 중단이나 가격 변동성 등 국가 에너지 안보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해 왔다.

국내 농축 능력이 재건되면 미국 전력 생산의 20%, 무탄소 발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숙련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약화됐던 원자력 기술 전문성 회복 등 부수적인 경제적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가 미국 핵 르네상스의 초석이 될 것이며, 우라늄 농축이 더 이상 취약점이 아닌 미국의 전략적 강점으로 탈바꿈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