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한종갑 기자] 수소 모빌리티 정책이 단순한 보급 선언을 넘어 실행 구조의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정부가 2026년 수소차·수소충전소 보조금 지침을 예년보다 앞당겨 확정하고, 연초부터 대규모 예산 집행에 나서면서다. 수소버스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상용차 확대와 함께, 이동식 수소충전소라는 새로운 인프라 실험이 병행되면서 수소차 생태계의 ‘양적 확대 이후 구조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는 ‘2026년 수소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과 ‘수소충전소 설치·연료비 지원사업 지침’을 조기에 확정하고, 1월 5일부터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보조금은 지자체별 사업공고를 거쳐 1월 말부터 순차 집행될 예정이다. 정책 신호를 연초에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차량 구매 지연과 인프라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승용 중심에서 버스·상용차로… 보급 구조 재편
2026년 수소차 보급 계획의 핵심은 차종 구성의 변화다. 정부는 한 해 동안 수소버스 1,800대(저상 800대·고상 1,000대)를 포함해 총 7,820대의 수소차 보급을 목표로 국비 5,762억 원을 투입한다. 수소승용차 6,000대 외에도 화물·청소차를 포함시킨 것은, 그간 승용 위주로 왜곡됐던 수소차 보급 구조를 운행 효율과 감축 효과가 큰 분야로 이동시키겠다는 정책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해 수소차 보급은 6,903대로 전년 대비 182% 증가했다. 특히 7년 만에 출시된 신형 수소승용차 효과로 승용 부문이 210% 급증했지만, 이는 동시에 “승용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정부가 수소버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단위 차량당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연료 소비 안정성을 고려한 현실적 판단이라는 평가다.
충전 인프라 정책 역시 방향 전환이 감지된다. 정부는 지난해 75기의 수소충전소를 추가 구축해 누적 461기를 확보했고, 이 중 상용차용 충전소 67기를 집중 조성했다.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데서 벗어나, 버스·트럭 등 상용 수요를 겨냥한 인프라 배치가 본격화된 셈이다.
2026년에는 국비 1,897억 원을 투입해 누적 500기 이상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는 2030년 660기 이상 구축이라는 중장기 계획의 중간 지점에 해당한다. 다만 환경·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충전소 숫자 자체보다 입지, 운영률, 경제성이 더 중요해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식 수소충전소, 보급 전략의 시험대
이번 정책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이동식 수소충전소 시범사업이다. 차량에 수소 저장·공급 설비를 탑재해 고정 부지 없이 충전이 가능한 방식으로, 25kg/h 이상의 충전 용량을 갖춰 수소승용차 45~50대를 한 번에 충전할 수 있다. 정부는 국비 17억5,000만 원을 투입해 대도심과 초기 수요 지역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수소차 보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충전소 투자가 지연되는 ‘선(先)수요–후(後)인프라’ 악순환을 끊기 위한 정책 실험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동식 충전소가 장기적 해법이 될지, 아니면 과도기적 보완 수단에 그칠지는 운영비·안전성·이용률에 대한 검증 결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급 4.5만 대 시대… 다음 과제는 ‘생활권 안착’
현재 국내 수소차 누적 보급 대수는 4만5,093대에 달한다. 충전 인프라도 액화·상용·승용 등 용도별로 세분화되며 외형적 기반은 갖춰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수소차 이용은 특정 지역과 공공 부문에 집중돼 있으며, 일상적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이번 조기 집행을 통해 차량 구매 대기 해소와 충전 편의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과제는 분명하다. 보조금 중심 정책에서 운영 효율·시장 자립 구조로의 전환, 그리고 수소 생산·유통 단계의 탄소 저감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친환경 모빌리티’로서의 설득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서영태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지자체와 민간의 의견을 반영해 수소차 생태계 확장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은 수소 모빌리티 정책이 속도 경쟁을 넘어 구조적 완성도를 시험받는 해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