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화학 산업과 농업의 핵심 공정인 비료 생산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고 있다. 미국 US Plasma Engineering LLC 연구진이 플라즈마 전력을 활용해 대기 중 질소를 고정, 액체 질산염을 만드는 데 성공하며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하버-보쉬(Haber-Bosch)’ 공정의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3%를 차지하는 하버-보쉬 공정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인류의 식량 생산을 지탱해온 핵심 기술이었다. 하지만 400~500℃의 고온, 고압 조건과 막대한 천연가스 사용으로 인해 에너지 집약적일 뿐 아니라 환경 부담도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저탄소·분산형 대안을 찾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이어져 왔다.
US Plasma Engineering의 세르게이 마체렛(Sergey Macheret)과 안드레이 스타리코브스키(Andrey Starikovskiy)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기압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플라즈마 화학 반응기를 설계해 실험실 규모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실험 결과, 질소 고정 과정의 에너지 비용은 0.54MJ/mol N으로 측정됐다. 이는 하버-보쉬 공정의 벤치마크(0.5~0.6MJ/mol N)에 근접하면서도, 지금까지 보고된 대기압 플라즈마 기술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연구진은 “공기와 물만으로 질산 및 질소 비료를 생산할 수 있으며, 기존 화석연료 기반 공정에 비해 자본 비용은 4~6배 낮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듈식 구조로 설계된 플라즈마 시설은 소규모 생산도 경제성이 확보돼, 특정 지역에서 필요에 따라 생산·공급이 가능한 ‘분산형 비료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지금처럼 거대 플랜트에서 생산한 비료를 장거리 운송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단위에서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이는 식량 안보 강화는 물론, 가격 변동성과 공급망 리스크 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체렛 박사는 “플라즈마 기반 질소 고정 기술은 화학 산업과 농업의 탈탄소화를 앞당길 혁신적 대안”이라며 “향후 에너지 효율성을 더욱 개선해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