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유럽 공급망이 에너지 불안과 기후 변화 등 복합 위기에도 불구하고 ‘공황’이 아닌 ‘협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화물 소유자, 물류업체, 항만 당국이 데이터를 공유하고 디지털 도구를 결합해 무역 흐름을 유지하면서, 공급망은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몇 년간 공급망 부문은 혼잡과 제약으로 유리잔이 반쯤 비어 있다는 시각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협력의 문화가 확산되며, 과도한 속도 경쟁보다는 실용적이고 안정적인 연계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투명성 확보가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과거 단순 ‘추적 및 추적(Track & Trace)’ 수준을 넘어, 화주는 이제 상품의 위치, 상태, 운송 지연 가능성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에 따라 경쟁사 간 데이터 공유와 항만·운송업체 간 디지털·물리적 자산의 연계가 확대되고 있다. EU의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eFTI 규정 등은 이러한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며 종이 없는 화물 환경을 가속화하고 있다.
물리적 차원에서도 협력은 강화되고 있다. 북·서유럽에서는 철도·수로 기반의 내륙 터미널 확충이 활발히 진행되고, 동유럽에서도 심해 접근성 개선, 롤온/롤오프(ro-ro) 용량 확대, 내륙 복합 운송 허브 구축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화주에게 다양한 대안을 제공해 단일 통로 병목 현상을 줄이고, 전체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확장성과 검증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CSRD와 eFTI가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보고를 강화하면서, 공급망 주체들은 단순 운송 효율뿐 아니라 탄소 감축 효과까지 입증해야 한다. 이에 항만·철도·바지선 운영자와 기술기업 간 공동 실증 프로젝트가 확대되고, ‘네트워크 사고’를 통한 회랑 단위의 투자와 성과 관리가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최근 경험은 위기 상황에서 ‘혼자 가는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 다중 운송망 확보, 파트너십 조정이야말로 공급망 회복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