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전 세계 배터리 제조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영국이 과감한 투자로 선도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패러데이 인스티튜트(Faraday Institution)는 생산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구현할 두 가지 혁신 프로젝트에 총 9백만 파운드를 투입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이니셔티브는 오는 10월 착수할 예정으로, 전기차·그리드·항공우주 분야의 에너지 저장 방식을 재정의할 신소재 개발과 함께 기가팩토리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지난 6월 영국 정부가 발표한 ‘배터리 혁신 프로그램’(투자 규모 4억 5천2백만 파운드)의 후속 조치이자, 산업 전략을 뒷받침하는 첫 단계다.
사라 존스 영국 산업부 장관은 “정부의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통해 연구·규모 확대·신기술 시장 진출을 신속히 지원함으로써 영국은 혁신의 최전선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배터리 상용화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동시에 파괴적 잠재력을 지닌 신소재 연구를 병행한다. 특히 ‘변혁적 과제(Transformative Challenge)’라는 장기 연구 트랙의 첫 과제로, 초저비용 장기 에너지 저장(프로젝트명 UltraStore)과 항공우주·방위산업용 초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개발이 포함돼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 ‘FAST’(Advancing Battery Formation, Ageing and Testing)는 제조 공정 마지막 단계인 형성·노화·테스트 과정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주력한다. 현재 이 과정은 시간·비용·에너지 소모가 크지만 배터리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단계다. 버밍엄대 엠마 켄드릭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학계·산업 컨소시엄과 함께 공정 최적화를 위한 과학적 프레임워크를 개발, 생산 기간 단축과 에너지 절감을 추진한다.
두 번째 프로젝트 ‘3D-CAT’은 옥스퍼드대 로버트 하우스 박사가 주도하며, 리튬이 풍부한 3차원 양극 소재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이 기술은 고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고가 전구체 의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충·방전 속도를 향상시키는 리튬 운송 네트워크 제어 기술을 활용해, 기존 LFP·LMFP보다 성능이 뛰어난 차세대 양극재 확보에 나선다.
두 프로젝트는 오는 2028년 9월까지 진행되며, 2026년 초 자금 연장이 확정될 예정이다. 패러데이 인스티튜트 마틴 프리어 CEO는 “영국은 세계적 연구 역량을 산업 현장으로 연결해 배터리 성능 혁신과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에너지 저장·항공우주 분야에서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이번 투자는 영국이 에너지 저장의 미래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