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s 모듈의 16가지 가능한 구성. 크레딧: RRL EPFL/CC BY SA 4.0

[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에콜 폴리테크닉 페더랄 드 로잔(EPFL)의 연구진이 촉각 피드백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소프트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며, 가상현실(VR)과 재활의 미래를 새롭게 열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공압(압축 공기)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와 강성을 구현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로 설계돼, 햅틱(촉각) 인터페이스의 유연성과 개인화를 극대화했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EPFL의 재구성형 로보틱스 연구소(Reconfigurable Robotics Lab, RRL)는 'Digits'라는 소프트 로봇 프레임워크를 통해 16가지 이상의 다양한 형태를 구현할 수 있는 햅틱 장치를 선보였다. 연구를 이끈 제이미 페이크(Jamie Paik) 교수와 박사과정 연구원 세르하트 데미르타스(Serhat Demirtas) 등은 해당 기술이 단순한 터치 제공을 넘어 실제 촉감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Digits는 딱딱한 링크를 유연한 공압 조인트로 연결한 모듈을 기반으로 하며, 손에 착용하는 'TangiGlove'와 다양한 형태로 변형 가능한 'TangiBall' 두 가지 형태로 구현됐다. TangiGlove는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강성 피드백을 제공하는 외골격형 장치로, 재활 치료에 활용 가능성이 높다. 반면 TangiBall은 정육면체에서 구형으로 변형이 가능하며, 진동 생성 및 다차원적 햅틱 자극을 제공한다.

이러한 햅틱 피드백 기술은 단순한 터치 시뮬레이션을 넘어 질감, 무게, 모양 변화까지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인간의 촉각이 수동적인 시각이나 청각과 달리 복합적인 동작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일회용 햅틱 장치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보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공압 기반의 작동 방식과 함께 머신러닝 시스템을 결합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Feelix’의 도입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코딩 없이도 터치 반응을 자동 인식하고, 자신만의 맞춤형 햅틱 인터페이스를 설계할 수 있다.

EPFL 연구진은 향후 이 기술을 재활 치료 시나리오에 적용하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분야에서도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양한 형태와 강성 간의 실시간 전환 기능은 디지털 환경 속 실감형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