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 블라스틱 생산 과정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생분해성 미세플라스틱이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실제 농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연구진은 완두콩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생분해성 미세플라스틱이 단기적으로 토양 생물학적 특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장기적 영향과 작물과의 자원 경쟁 등은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 플라스틱 오염이 전 세계적으로 농업 토양에까지 침투하면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무해한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폴리카프로락톤(PCL), 폴리부틸렌 아디페이트 테레프탈레이트(PBAT) 등은 자연 분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신장대학과 닝보대학 공동 연구팀이 실시한 최신 실험은 이러한 낙관에 신중한 시각을 던진다. 이들은 완두콩을 실험 작물로 선정하고, 전통적 미세플라스틱(폴리프로필렌 PP, 폴리에틸렌 PE)과 생분해성 미세플라스틱(PBAT, PCL)을 각각 0.1%, 1% 농도로 토양에 혼합해 비교 관찰했다.

생분해성 미세플라스틱, 뿌리 성장 촉진…PBAT 0.1%서 바이오매스 35% 증가

연구 결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중 특히 PBAT는 묘목 단계에서 뿌리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PBAT 0.1% 처리군은 대조군 대비 뿌리 바이오매스가 35.3% 증가했다.

연구팀은 “PBAT는 쉽게 분해되는 탄소원을 제공함으로써 토양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했고, 이는 뿌리의 영양분 흡수 효율을 증가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미생물 활성이 증가하면서 뿌리는 더 많은 ‘이용 가능한 자원’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전통 플라스틱은 “양날의 검”…생육 단계 따라 효과 엇갈려

하지만 전통적인 미세플라스틱인 PP와 PE는 더 복잡한 양상을 보였다. 예를 들어, 1% PP 처리군은 묘목 단계에서 지상부 바이오매스가 무려 43.4% 감소했으나, 0.1% 농도에서는 개화기 지상부 바이오매스가 126.1% 증가하는 등, 농도 및 생육 단계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유사하게 PE도 0.1%, 1% 농도에서 각각 88.0%, 68.7%의 지상부 바이오매스 증가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토양 물리적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특정 시기의 수분 및 산소 공급에 영향을 주기 때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미생물 네트워크 복잡성은 증가…장기 경쟁 가능성은 ‘주의’

토양 생태학적 측면에서, 생분해성 미세플라스틱은 미생물에게 빠르게 소화 가능한 탄소 공급원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토양 내 탄소, 질소, 인 함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해 영양분 순환이 촉진된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같은 긍정 효과가 지속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생분해성 미세플라스틱에서 공급된 탄소가 고갈되면, 미생물은 완두콩 뿌리에서 나오는 탄소를 대체 에너지원으로 삼게 된다. 이때 미생물과 식물 간 자원 경쟁이 발생하며, 질소 및 인과 같은 필수 자원에 대한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는 완두콩과 같은 콩과 식물의 생장 전략에 구조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반드시 '무해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단기 실험의 한계…장기적 영향 규명은 과제로 남아

이번 연구는 단기적인 실험으로 구성되었기에,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장기 축적 및 생태 독성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특히 질소 고정에 의존하는 작물에서는 장기적으로 미생물군과의 상호작용이 다를 수 있으므로, 다년간의 현장 실험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또한, 실제 농업 환경에서는 다양한 기후 조건과 작물 종류가 혼재되기 때문에, 실험실 결과를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정책적 규제나 농업 현장에서의 사용 기준 설정에도 다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