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유럽 통신 규제 체계의 근본적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법(DNA)을 통해 인프라 투자 촉진과 규정 간소화를 목표로 하지만, 정작 유럽 디지털 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투자 확대를 이끌기에는 시기상조이거나 정책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5G 인프라 구축과 안보 문제, 대형 통신사와 소규모 업체 간 갈등, 빅테크 기업의 규제 회피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가운데 유럽이 글로벌 디지털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디지털 네트워크법(DNA)’을 중심으로 회원국 전역의 통신 규정을 현대화하고, 스펙트럼 라이선스, 네트워크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디지털 인프라 투자 촉진에 나섰다. 지속가능성과 소비자 보호도 함께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그동안 유럽의 디지털 부문은 미국, 한국 등 경쟁 국가에 비해 뒤처진 상태이며, 이 같은 정책이 실질적 변화를 이끌지는 불투명하다.

Strand Consult 등 전문가들은 이번 DNA가 통신 정책을 21세기에 맞게 혁신하려는 노력으로 환영하면서도, 이미 늦었고 규모가 부족해 투자자와 기업, 시민에게 충분한 영감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이 안보 목적으로 안전한 5G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EU 회원국들이 중국 기술에 의존하는 현실도 도전과제로 남아있다.

이와 함께 유럽 통신 산업 내 대형 사업자와 수만 개의 소규모 업체 간 이해관계 충돌, 빅테크 기업의 로비 활동과 규제 회피, 소비자 단체들의 입장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정책 집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네트워크 비용 분담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과 자체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를 보이고 있어, EU의 규제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또한 최근 유럽연합 내 5G Toolbox 이행이 회원국별로 편차를 보이고 있으며, 안보 측면에서의 일관된 대응 미비도 지적된다. 스페인의 화웨이 장비 도입 결정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EU는 2018년 AI 선도 의지를 밝혔으나, 2023년 제정한 엄격한 AI 법안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에서의 입지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EU의 디지털 및 AI 정책이 기술 혁신과 투자 활성화에 실질적 기여를 하려면 근본적인 규제 완화와 회원국 간 조율이 절실한 상황이다.

Strand Consult는 “EU의 통신 규제 개혁이 현 수준으로는 투자 격차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며 “EU 집행위원회가 보다 과감한 정책 추진과 일관된 실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