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미국 정부가 차세대 원자력 시대를 대비해 국내 핵연료 생산 인프라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DOE)는 17일(현지시간) ‘첨단 핵연료 시범 프로그램’을 공식 출범하고, 자격을 갖춘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료 생산 라인 구축을 위한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농축 우라늄을 비롯한 전략 자원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안정적이고 자립적인 연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평가된다. 특히 DOE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첨단 원자로 설계 및 운용의 기반을 조성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와 민간 부문의 원자력 투자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원자력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진정한 ‘원자력 르네상스’를 실현하려면 안전하고 견고한 국내 공급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시범 프로그램은 혁신을 가속화하고, 신형 원자로에 안정적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을 강화하는 핵심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OE는 이번 시범 사업을 위해 자체 심사 절차를 통해 미국 기업이 핵연료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승인을 받은 기업은 ▲설비 건설 ▲운영 ▲최종 해체까지 전 과정의 책임을 지며, 핵연료 생산에 필요한 원료 또한 자체 조달해야 한다.
DOE는 기존 원자로 테스트 승인 권한을 활용해 이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며, 이는 기술 대응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에너지 주권 확보 차원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범 사업은 초기에는 연구 및 시연용 연료 생산에 초점을 맞추지만, 장기적으로는 민간 투자 유치를 통한 상업화 확대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 프로그램은 DOE가 2025년 6월 시작한 첨단 원자로 테스트 가속화 계획의 일환이다.
DOE는 올 여름 말까지 최소 3개의 첨단 원자로 설계를 선정할 예정이며, 이들 설계는 새로운 연료 생산 인프라와 승인 체계를 활용해 2026년 7월 4일까지 최초 핵 임계(Nuclear Criticality)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핵연료 라인 구축에 대한 1차 신청은 오는 8월 15일까지 접수되며, 이후 추가 신청도 순차적으로 검토될 예정이다.
DOE는 이 과정을 통해 연방 주도의 기술 혁신과 민간 부문 상업화 간의 간극을 좁히고, 보다 빠른 시장 진입 경로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현재 상업용 원전 연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중단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DOE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신형 원자로 연료 생산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고자 이번 시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특히 고농축 우라늄(HALEU) 등 첨단 연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은 원자력 기술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
DOE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수십 년간 미국의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기후 목표 달성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OE의 이번 승인은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민간 기업이 기존 규제보다 빠르게 상업적 핵연료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미 정부는 이번 시범 프로그램이 ▲재정적 실행 가능성 ▲기술 준비 수준(TR) ▲연료 제조 역량 등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선별함으로써 민간 주도의 원자력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OE는 “미국이 핵연료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정비하고, 안정적이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에너지 미래를 위한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