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E는 AMW와 협력하여 ITER 진공 선박을 위한 유럽의 두 번째 섹터를 생산했습니다. 이 부품은 2025년 3월 이탈리아 오르토나에 있는 Walter Tosto 공장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월터 토스토
[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유럽이 차세대 청정에너지인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전환에 나섰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하 F4E(Fusion for Energy)는 최근 바르셀로나에서 원탁회의를 열고 정책·산업·연구계 관계자 200여 명과 함께 유럽 핵융합 전략의 청사진을 모색했다. 핵융합이 갖는 지정학적·경제적 의미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은 ITER와 JT-60SA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에너지 소비의 60%를 수입에 의존하는 유럽은, 하루 10억 유로에 달하는 에너지 지출 구조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늘 노출돼 있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주권 확보의 필요성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체계에서 벗어나 장기적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은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주목받는 핵융합 기술 개발을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핵융합은 태양의 에너지원과 동일한 물리 반응을 지상에서 구현하는 기술로, 이산화탄소와 장기 방사성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으며, 극소량의 연료로도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예컨대, 60kg의 핵융합 연료는 25만 톤의 석유와 맞먹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 속에서 유럽은 ITER(국제핵융합실험로)를 비롯한 대형 국제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핵심 기술력과 산업 생태계의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ITER는 프랑스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핵융합 실험로로, F4E는 이 프로젝트에서 유럽의 기여를 총괄하고 있다.
2024년 현재 ITER의 유럽 기여 활동은 84%의 완료율을 보였으며, 핵심 장치인 토카막 단지를 포함한 진공 용기, 초전도 자석, 극저온 펌프 등의 주요 구성 요소 제작이 완료됐다. 이와 동시에 일본과의 공동 연구인 JT-60SA 실험로도 가동에 들어갔으며, 최대 160㎥의 플라즈마를 생성해 세계 최대 규모의 토카막으로 등극했다.
이런 기술적 성과를 기반으로 유럽은 핵융합을 단순한 과학 실험이 아닌 실질적 에너지 솔루션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F4E 원탁회의는 이러한 전환의 기점을 상징한다.
이 자리에서 마르크 라쉐즈 F4E 이사는 “핵융합은 더 이상 원거리 미래 기술이 아니다. 유럽이 기술적·산업적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지금, 포괄적이고 실천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시모 가리바 유럽연합 에너지총국 부국장 또한 “공공 투자가 이어지기 위해선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핵심적으로 ▲ITER는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다 ▲ 유럽 산업 생태계의 지속적인 참여와 기술이전을 위한 병렬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 공공-민간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기술·인재·자본의 선순환을 확보해야 한다. 등의 세 가지를 지적했다.
현재 F4E는 ITER를 포함해 총 2,700개 이상의 유럽 기업 및 75개 이상의 연구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2008~2017년 동안만 해도 이들 프로젝트를 통해 400여 개의 신기술·공정이 개발되고 2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탄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도 거세다. 민간 주도의 핵융합 스타트업이 늘고 있는 미국은 전 세계 관련 민간 투자액(약 100억 유로)의 60%를 유치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고작 5%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투자 유치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서는 규제 명확성, 기술 실증, 장기 전략이 핵심"이라며 “공공-민간의 리스크 분담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인재 확보와 교육 기반 강화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유럽은 에라스무스 문두스(Erasmus Mundus) 프로그램 등 고등교육 이니셔티브와 함께 대학-산업 간 연계, 기술 인력의 업스킬링·재교육 체계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원탁회의의 마지막 세션에서는 “핵융합 산업이 단순히 에너지원이 아닌, 유럽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 집약형 산업”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이를 위해선 EU 차기 예산(2028~2034 다년 프레임워크)에서 핵융합에 대한 정책적·재정적 비중을 높이는 한편, 산업계와의 실질적 파트너십 구조가 수립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