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규훈 기자] 가시광선에 반응해 자성을 띠는 차세대 광자석(Photomagnet)을 개발하기 위한 유럽연구위원회(ERC) 지원 프로젝트 ‘LUX-INVENTA’가 고온에서 작동 가능한 자성체 후보물질과 양자기술에 적용 가능한 다기능 유기분자 ‘트리팩(Tripak)’ 개발에 성과를 거두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빛에 반응해 자성을 띠는 물질, 이른바 ‘광자석’ 개발을 목표로 하는 EU 연구 프로젝트 LUX-INVENTA가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물리화학적 특성을 가진 신소재를 잇따라 공개하며 고온 광자석 상용화 가능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

광자석은 가시광선에 노출되었을 때 자화(magnetisation) 상태가 바뀌는 소재로, 특정 광크로모포어(chromophore)가 빛을 흡수하면서 스핀 상태가 변하고 이에 따라 자성 특성도 변화하는 메커니즘을 따른다. 이러한 광자기 효과는 반자성, 상자성, 강자성, 반강자성 등 다양한 자성 시스템에서 나타날 수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광자석은 대부분 극저온에서만 작동하며, 액체 헬륨 등의 고가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LUX-INVENTA는 가시광선에 반응하면서도 실온에서 작동 가능한 자성체 개발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연구진은 광자기 및 광결정학 실험을 통해 성능이 뛰어난 새로운 광자기 크로모포어로 헵타시아노몰리브데이트(III) 음이온을 확인했다. 이 물질은 고체 상태에서 빛을 받을 경우 몰리브덴 중심의 배위구조가 7배위 삼각쌍뿔형에서 6배위 팔면체로 변하며, 이에 따라 스핀 상태와 자화 특성이 변화하는 전례 없는 광스위칭 메커니즘을 보였다. 이 연구 결과는 ChemRxiv에 등재되었다.

LUX-INVENTA의 또 다른 핵심 성과는 전기적으로 다양한 상태로 전환 가능한 단순 구조의 유기분자 ‘트리팩(Tripak)’ 의 개발이다. 트리팩은 최대 6개의 전자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약한 전기 자극만으로 서로 다른 5가지 산화 상태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강력한 음이온-π 결합, ▲양자비트(qubit) 특성, ▲적색 형광, ▲드물게 관찰되는 디라디칼 성질 등 완전히 상반된 물리적 특성이 하나의 분자 안에서 구현됐다.

해당 연구는 Cell Press의 화학 저널(Chem) 에 공개되었으며, 트리팩은 양자컴퓨팅, 에너지 저장, 분자 센서 등 다방면에서 활용 가능한 분자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유사한 특성을 가진 트리팩 유도체에 대한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아직 실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광자석의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LUX-INVENTA는 광자석의 작동 온도 범위를 실용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특히 고체 상태에서 일어나는 가역적인 광해리(photo-dissociation) 반응 기반의 새로운 광스위칭 메커니즘을 제시함으로써 소재 과학의 패러다임을 넓혔다.

또한, 트리팩 같은 단순한 유기분자를 기반으로 전하 이동(charge-transfer)에 따른 광자기 스위칭이 가능함을 입증하며, 향후 완전히 새로운 자성 고분자 및 분자 장치 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는 야기엘로니안대학교(Jagiellonian University) 의 전략적 우수연구지원 프로그램(Strategic Programme Excellence Initiative)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본 기사 내용은 제23호 분기 학술지에도 수록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