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김맹근 기자] 전력, 운송, 난방 분야의 저탄소 전환이 영국 경제의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에너지 가격 인하가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경고도 함께 나왔다.

영국 엑서터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저탄소 전환이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전력·운송·난방 산업에서의 에너지 비용 절감이 전체 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재생에너지가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진 상황에서, 이 세 산업이 영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연구는 엑서터대학 산하 기후경제정책센터(Exeter Climate Policy, ECP)의 출범과 함께 발표됐다. ECP는 각국 정부와 재무당국이 효과적이고 회복력 있는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경제 분석을 제공하는 기구다.

연구를 이끈 장프랑수아 메르퀴르(Jean-Francois Mercure) 박사는 “전력, 운송, 난방 부문이 직접적으로 생산성을 주도하지는 않지만, 이 서비스들이 저렴해질 경우 전체 경제의 운영 비용이 줄어들고 가처분소득이 늘어나 경제 성장이 촉진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인하가 반드시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도 지적됐다. 메르퀴르 박사는 “현행 시스템에서는 여전히 가스 가격이 전기 요금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산된 값싼 전기의 이득이 생산자나 송전망 운영자, 배전회사 등 에너지 기업 주주의 이윤으로만 귀속될 수 있다”며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2035년까지의 영국 경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지만, 대규모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타 국가에도 적용 가능한 통찰을 제공한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디미트리 젠겔리스(Dimitri Zenghelis) 박사는 “이 보고서는 단순한 기후정책이 아닌, 스마트한 경제정책의 필요성을 제시한다”며 “저탄소 전환은 영국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 ‘윈-윈’ 전략이 될 수 있으며, 화석연료 수출국도 빠르게 다각화를 추진한다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엑서터대 기후정책센터는 세계은행,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브라질 재무부 등과 협력한 경험을 토대로, 각국 상황에 맞춘 지역 맞춤형 기후경제 모델과 정책 시뮬레이션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복잡한 정치·사회·재정 현실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를 돕는다는 목표다.

엑서터대학교 총장 리사 로버츠(Lisa Roberts)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 전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 설계를 위해 ECP가 정책 입안자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