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유럽이 탈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에너지 저장 기술이 과거의 틈새 기술을 넘어 전력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유럽에너지저장협회(EASE)의 정책 책임자 야코포 토소니(Jacopo Tosoni)는 최근 인터뷰에서 “에너지 저장은 지금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청정기술 중 하나”라며 “전력망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통합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토소니는 “배터리와 같은 저장 기술이 에너지 안보, 가격 안정화, 재생에너지 낭비 방지 등 다양한 효과를 동시에 낳고 있다”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저장 기술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유럽 전역의 에너지 저장 설치 용량은 89GW에 이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대해 토소니는 “배터리 시스템 비용의 급격한 하락과 규제 개선, 시장 메커니즘 진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마이너스 전기요금 등 새로운 시장 환경은 저장 장치의 경제성을 높이며, 보조서비스 시장 접근성 확대 등도 후속 투자를 자극하고 있다.
배터리의 약진도 주목된다. 과거 에너지 저장은 양수 발전이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EASE에 따르면 “2025~2026년에는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이 총 설치 용량에서 양수 발전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토소니는 “이는 불과 10년 사이에 벌어진 극적인 변화”라며 “앞으로는 다양한 저장 기술이 공존하며 용도에 따라 세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생에너지와 저장 장치를 함께 구축하는 ‘코로케이션(collocation)’ 방식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토소니는 “특히 태양광 분야에서 저장 장치 병행이 표준이 되고 있다”며 “CapEx 절감, 마이너스 가격 대응, 축소 방지 등의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리드 연결과 허가 지연, 관료주의적 병목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토소니는 저장 분야의 성장 동력으로 △장기 저장 수요 증가 △산업 부문 전기화 △에너지 시장 참여 확대 △정책적 유연성 부여 등을 꼽았다. 특히 EU의 전력시장 개혁과 청정산업 국가지원 프레임워크 등은 향후 저장 산업의 판도를 바꿀 주요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그는 마지막으로 “EU는 이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저장이 전체 에너지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하도록 규제와 시장 설계를 조율해야 한다”며 “에너지 저장은 더 이상 보조가 아닌,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