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규훈 기자] “전력은 흐르지만, 에너지는 설계되어야 합니다.”
2025 국제 전기차 엑스포(IEVE) 기술혁신상 수상 기업으로 선정된 ㈜이지트로닉스의 강찬호 대표는 이 한 문장으로 기술 철학을 정의했다. 단순한 부품 제조를 넘어, 에너지 흐름 전체를 최적화하는 ‘전력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이지트로닉스는, 지금 전기차를 넘어 스마트에너지 시장 전반에서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국내 전력변환 전문기업 ㈜이지트로닉스가 개발한 4-in-1 전력변환 플랫폼이 2025 IEVE 기술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적·산업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인터뷰에 나선 강찬호 대표는 “이번 수상은 단순한 기능 통합을 넘어, 에너지 흐름을 새롭게 설계하는 기술력이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업 동기는 ‘전력변환의 철학’… 글로벌 시장 정조준

강 대표는 전력변환 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전력변환은 단순한 전기 변화 기술이 아닙니다. 에너지 흐름을 제어하는 중심 기술이죠.” 대기업 중심의 시장에서 민첩한 기술 조직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을 믿고,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한 이지트로닉스는 일찌감치 중국과 북미 지역에 진출해 기반을 다져왔다.

그는 “전력변환 기술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수소차, 선박, 농기계, UAM,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경쟁력이기에,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주도하는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4-in-1 기술, 공간·배선·열관리까지 혁신

수상의 핵심 기술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OBC(On-Board Charger) ▲DCDC ▲인버터 ▲V2L 기능을 통합한 ‘4-in-1 전력변환 플랫폼’이다. 강 대표는 “기존에는 각각 분리된 장치를 사용했지만, 우리는 전력 흐름을 하나로 묶고 시스템 간 간섭과 발열 문제까지 통합적으로 해결했다”며 “효율은 96% 이상, 무게·비용은 30% 이상 절감했다”고 밝혔다.

개발 과정에선 고전력 구간의 열 집중, 공진 잡음 등 고난이도의 기술 장벽이 있었지만, 이지트로닉스는 시뮬레이션 기반 가상환경 구축과 부품 모듈화를 통해 이를 극복했다. 고객사들과의 공동 검증을 거쳐 현재는 양산 직전 단계에 이르렀으며, 글로벌 OEM들과도 협의가 진행 중이다.

유연한 개발 체계와 실행력, 기술 경쟁력의 원천

이지트로닉스의 강점은 수직 통합형 민첩한 개발 체계에 있다. R&D, 설계, 생산, 품질, 영업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구조 덕분에 고객 요구에 맞는 기술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PCB, H/W, S/W, 기구설계 등 세부 기술팀이 플랫폼 단위로 기술을 구조화하고, 이를 다양한 고객사 프로젝트에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또 산학연 및 Tier-1 협력사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작동하는 기술이 아니라, 양산 가능한 기술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탄소중립과 ESG의 실질적 기여

전력 손실을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이지트로닉스의 기술은 ESG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 제품인 4-in-1 플랫폼은 전력 손실을 30% 이상 줄이고, 전체 시스템 효율을 96% 이상으로 유지하며, 부품 수 감소를 통해 폐기물 발생도 저감하는 등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달성하고 있다.

강 대표는 “앞으로 건설장비나 물류장비 등 중대형 모빌리티 분야로 기술 적용을 확장해, 산업 전반의 에너지 효율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진출 본격화… “전력솔루션 전문기업으로 도약”

수상을 계기로 이지트로닉스는 차세대 DCDC 컨버터, 400kW급 급속충전기 등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북미 텍사스에 생산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및 동남아 시장 진출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그는 “10년 뒤 이지트로닉스는 단순한 전장 부품 업체가 아니라, ‘에너지 흐름을 설계하는 글로벌 전력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기술을 넘어 산업 생태계 바꾸는 동반자 되고 싶다”

국제 E-모빌리티 엑스포 참여에 대해 강 대표는 “단순한 제품 소개를 넘어, 전력 플랫폼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동반자를 찾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며 “실제로 이번 전시를 계기로 여러 기업과의 양산 협력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를 넘어서 에너지를 설계하는 기업, 기술을 넘어서 플랫폼을 지향하는 기업. 이지트로닉스는 지금 조용하지만 강하게,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흐름을 바꿔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