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보급 확산과 교통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발맞춰 도로안전 및 차량등록 규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이번 조치는 급증하는 전기차와 스마트 운전 시스템 도입에 따라 기존 법체계가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 추진됐다.
외신을 종합하면 EU 집행위원회는 4월 24일(현지시간), 노후 차량과 고배출 차량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첨단기술 차량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포괄적인 입법 제안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개편은 ‘203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및 중상자 50% 감축’, 그리고 ‘2050년까지 도로교통 사고 제로’를 목표로 하는 ‘비전 제로(Vision Zero)’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작동할 예정이다.
“더 안전한 도로, 더 깨끗한 공기”…EU 교통정책의 새 이정표
아포스톨로스 치치코스타스 EU 지속가능교통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개혁은 도로를 더 안전하게 만들고, 공기를 더 깨끗하게 하며, 시민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기존 규정을 최신 기술 현실에 맞게 정비해 유럽의 교통 시스템을 현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행위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50년까지 새 제도 도입으로 약 7,000명의 생명을 구하고, 6만5,000건 이상의 중상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년 이상 차량은 매년 검사…초미세먼지·NOx 정밀 측정 도입
안전성과 환경성 모두를 겨냥한 이번 개편안은 노후 차량 및 고배출 차량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10년 이상 운행된 차량은 연 1회 정기 검사를 의무화하고, 초미세먼지 및 질소산화물(NOx) 등을 정밀 분석하는 첨단 테스트 프로토콜도 도입된다.
이는 EU가 2014년 이후 처음 시도하는 규제 업그레이드로, 단순히 연식이 아닌 오염 기여도와 안전 수준을 함께 반영한 맞춤형 관리로 평가된다.
전기차·첨단 차량도 정기 검사 대상…소프트웨어 무결성 점검
전기차 및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장착한 차량에 대한 정기검사 의무화도 핵심 조치 중 하나다. 배터리 전압, 전자제어 시스템, 자율주행 기능 등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이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정밀 검사 체계가 마련된다.
이는 기존 차량 중심의 검사 체계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신형 차량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자등록, 디지털 인증서, 주행거리 조작 방지 등 투명성 강화
디지털 전환도 병행된다. 전자 등록 시스템과 디지털 검사 인증서를 도입해, 차량의 상태 정보를 EU 전역에서 실시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주행 거리계 조작 방지를 위한 조치로, 주행거리 판독값을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고 국경 간 연동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로써 중고차 시장의 불법 주행거리 조작 문제에 대한 대응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PTI 인증서 상호인정…국경 간 차량 이동 편의성 제고
이번 개혁안에는 EU 회원국 간 정기검사 인증서의 상호 인정 제도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한 나라에서 검사를 받은 차량이 최대 6개월간 다른 EU 국가에서 유효하도록 허용돼, 일시적으로 다른 나라에 체류 중인 거주자들의 이동 편의성이 대폭 개선된다.
또한 각국 검사소의 차량 기술 데이터 접근성을 강화해, EU 전역에서 정확하고 일관된 평가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도 정비된다.
“미래 교통의 핵심은 안전성과 투명성”
집행위의 이번 입법 제안은 앞으로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통과 시, 위원회는 세부 시행령과 위임 법안을 통해 새로운 규칙의 구체적 적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U는 이번 개혁을 통해 도로를 더 안전하게, 공기를 더 깨끗하게, 자동차 시스템을 더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스마트 모빌리티 전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