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T 토카막(UKAEA, 영국) 내부 사진, 뜨거운 플라즈마의 비디오 프레임이 겹쳐져 있다. JET는 2021년과 2023년에 단 5초 동안 한 번의 핵융합 에너지로 가장 많은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계 기록을 세웠다 출처: UKAEA, EUROfusion 제공

[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안보 위기가 맞물리는 전환의 시대. 태양처럼 원자핵을 융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핵융합'이 마침내 실용화 문턱에 다가서며 전 세계 탈탄소 전략의 새로운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유럽의 핵융합 연구 컨소시엄 EUROfusion은 "안정적이고 청정한 기초 전력 공급원으로서 핵융합이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고, 에너지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그 가능성을 강조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핵융합 에너지가 새로운 해답으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서 구현해낸다면, 이는 막대한 청정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EUROfusion의 Karl Tischler 박사는 "핵융합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궁극의 기초 전력원이 될 것"이라며 "과학과 산업,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융합 에너지 상용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핵융합은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결합시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반응으로,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고, 장기 방사성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는다. 연료 또한 해수와 리튬에서 얻을 수 있어 자원 측면에서도 지속 가능하다.

무엇보다 핵융합은 날씨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태양광·풍력 등의 간헐성을 극복할 열쇠로 주목받는다. Tischler 박사는 “핵융합은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보다 연료 사용량이 천만 배 적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우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핵융합은 전기뿐만 아니라 '열' 에너지 또한 생산한다. 이 열은 지역 난방 등 중온 산업용으로 활용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매우 높은 온도를 요구하는 수소 생산이나 고온 공정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핵융합 장비에 사용되는 특수강(예: Eurofer 강철)의 내열 한계 때문이지만, 향후 신소재 개발을 통해 이 제약이 극복될 가능성도 제시된다.

Tischler 박사는 “미래에는 고온에도 견디는 재료가 개발되어, 핵융합 열이 고온 산업에도 활용될 것”이라며 “핵융합은 그 자체로 열공급원이자 탈탄소 기술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UROfusion은 유럽 최대의 핵융합 연구 컨소시엄으로, 세계 최대 핵융합 실험장인 프랑스 ITER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35개국이 참여하는 이 글로벌 협력은 핵융합의 과학적·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목적이 있다.

EUROfusion은 플라즈마 물리학, 신소재 개발, 원자로 설계 등 핵심 기술을 다각도로 발전시키며 민간 부문과의 파트너십도 확대 중이다. “우리는 실험실을 넘어 시장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궁극적으로는 유럽의 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Tischler는 밝혔다.

전기차, 중공업,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미래 사회에서 핵융합은 재생에너지와 시너지를 이루며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에너지 저장장치나 전력 조정 설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핵융합의 상용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실험로에서 상용발전소로의 전환을 위한 자금 조달,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간 순에너지 생성(net energy gain)을 기록한 실험들이 이 분야에 대한 글로벌 투자와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전체 시스템 에너지 효율까지 고려한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EUROfusion은 “핵융합의 진짜 임팩트는 205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국가 간 협력과 기술 공유를 통해 에너지 정의(energy justice)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핵융합은 단지 과학적 성취를 넘어, 인류가 청정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다음 도약'이다. Tischler 박사는 “핵융합은 다음 세대를 위한 에너지이며, 우리의 협력과 투자, 상상력이 미래를 만든다”고 말했다.

EUROfusion은 이제 산업계, 정책 결정자, 시민사회를 향해 손을 내민다. “핵융합은 미래다. 그리고 그 미래는 지금, 함께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