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mm(2.6인치) 길이의 시연 로봇, 스케일용 종이 클립 포함 에든버러 대학교
[뉴스에프엔 김규훈 기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교 연구팀이 단 한 번의 3D 프린팅으로 완성되는 연체(소프트) 로봇을 개발해 소프트 로보틱스 분야의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로봇은 프린터에서 ‘거꾸로’ 출력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되며,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연체 로봇은 의학, 수색·구조, 극한 환경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지만, 복잡한 제조 공정 탓에 대부분 실험실 수준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에든버러대학교의 이번 연구는 오픈소스 3D 프린터 플랫폼인 ‘Flex Printer’를 통해 단 9시간 만에 단일 부품으로 완성되는 네 발 달린 연체 로봇을 제작하며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 로봇은 기존 로봇들과 달리 전자 모터 대신 공기를 이용한 공압(pneumatic) 방식으로 움직인다. 2.25bar(약 32.6psi)의 공기 압력이 본체 내부의 채널을 따라 흐르며, 다리 각 부위에 위치한 인대(리간멘트) 형태의 액추에이터들을 순차적으로 작동시켜 걷는 동작을 구현한다.
재료는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으로, 매우 유연하고 부드러워 연체 구조 구현에 적합하지만, 일반적인 3D 프린팅 방식으로는 다루기 까다롭다. 특히, 용융된 TPU는 쉽게 처지고 좌굴(버클링)되는 특성이 있어 정밀한 적층이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두 가지 혁신을 도입했다.
첫째, 일반적인 1.75mm가 아닌 2.85mm 직경의 더 단단한 TPU 필라멘트를 사용해 좌굴 저항성을 7배 높였다.
둘째, 프린팅 방향을 ‘거꾸로’ 뒤집는 방식으로 중력 문제를 정면 돌파했다. 프린트 노즐이 아래에서 위로 TPU를 밀어올리는 방식으로 인쇄가 이뤄지며, 중력이 오히려 각 층을 더 단단히 눌러 결합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인쇄가 완료되면 프린트 베드를 뒤집어 로봇이 바로 선 상태로 배출되며, 별도의 조립 없이 바로 작동 가능하다. 실제 출력된 데모 로봇은 길이 67mm(약 2.6인치) 크기로 제작됐으며, 기본적인 걷기 동작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연구를 이끈 마크스 게프너(Maks Gepner) 연구원은 “누구나 손쉽게 고급 연체 로봇을 인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며, “기존의 설계·제작 병목 없이 소프트 로보틱스가 실제 응용 분야로 진입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연구자인 아담 A. 스토크스(Adam A. Stokes) 교수와 함께 이 연구는 과학 저널 Devic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