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 CEA CEA가 운영하는 토카막 원자로


[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프랑스가 실용적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향한 이정표를 또 한 번 넘어섰다. 자국 핵융합로 WEST에서 수소 플라즈마 반응을 22분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하며, 고온·고압 플라즈마 안정화 분야에서 새로운 세계 기록을 세운 것이다. 실험은 차세대 국제 핵융합 프로젝트 ITER의 기술 토대를 다지는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최근 프랑스 원자력·대체에너지청(CEA)이 운영하는 WEST 토카막 핵융합로에서 플라즈마 반응이 무려 1,337초(약 22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 기록은 지난 1월 중국이 세운 1,066초보다 25% 이상 향상된 수치다.

핵융합은 태양과 같은 별에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원리로, 1그램의 수소 동위원소만으로 석탄 11톤에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청정에너지다. 하지만 이를 지구 위의 원자로에서 실현하는 일은 80여 년간 ‘공학계의 성배’로 여겨져 왔다.

핵융합 자체는 실험실에서 간단히 구현할 수 있지만, 실용화의 핵심은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1억~1억 5천만 ℃에 달하는 극한의 온도, 고압 상태, 그리고 수 초에서 수십 분에 이르는 플라즈마 안정 유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번 WEST 실험은 단순히 긴 시간 플라즈마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고온의 플라즈마가 반응기 내벽을 침식하거나 오염시키지 않고,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며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향후 몇 시간 단위의 플라즈마 반응 유지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술 검증 단계다.

CEA의 기초연구 책임자 안-이자벨 에티엔브르 박사는 “WEST는 2MW 규모의 난방 분사를 통해 20분 이상의 수소 플라즈마를 유지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적 이정표를 달성했다”며 “이 결과는 프랑스와 유럽이 주도하는 국제 열핵융합 실험로(ITER)의 핵심 기술 진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WEST는 상용 발전로가 아니라 ITER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검증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ITER는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 지역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핵융합 실험로로, 전 세계 35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이번 성과는 핵융합 상용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무한 청정에너지 시대를 향한 발걸음에 강력한 추진력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