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 그 옆에 로봇이 앉아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은 영어로 대화하는 소셜 로봇을 가정에 배치하고 부모-자녀 간 대화의 질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로봇이 단순한 보조자 역할을 넘어 부모와 자녀 간의 상호작용을 풍부하게 만들고 아이의 언어 습득까지 돕는 ‘대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부모의 영어 능력에 따라 로봇의 대화 전략이 다르게 작용하면서, 맞춤형 로봇 상호작용의 가능성까지 제시됐다.
MIT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영어를 사용하는 로봇이 부모와 자녀 간의 교육적 대화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영어 기반의 소셜 로봇 ‘지보(Jibo)’를 미국 내 71가구에 설치하고, 부모와 37세 자녀가 함께 하는 대화형 읽기 세션을 12개월간 총 6회 진행했다.
연구에 사용된 로봇 시스템은 지보 본체와 안드로이드 태블릿, 웹캠, 그리고 인텔 NUC 기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정 내 실제 환경에서의 적용을 고려해 설계됐다. 로봇은 세 가지 방식으로 작동했다:
가만히 듣기만 하는 비활동 청취자, 동일한 반응을 반복하는 고정 전략 참여자, 그리고 상황에 따라 역할을 전환하는 유연한 전략 참여자. 마지막 유형의 로봇은 때로는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놀이 친구가 되거나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반응하는 등 다양한 대화 전략을 구사했다.
연구진은 특히 로봇의 참여 방식과 부모의 영어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가정에서는 역할 전환형 로봇이 대화의 질 향상에 가장 큰 효과를 보였고, 영어가 모국어인 가정에서는 고정 전략을 구사한 로봇이 더 효과적이었다. 즉, 가정의 언어 환경에 따라 로봇의 상호작용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MIT의 Huili Chen, Yubin Kim 연구원은 “소셜 로봇이 가족 환경에 통합됨에 따라 장기적인 가족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며 “이번 연구는 부모와 자녀의 대화형 읽기 활동 중, 로봇이 대화 촉매제로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 결과는 기존의 연구와도 맥을 같이한다. 이전에도 대화형 가정용 로봇이 자녀의 어휘력 향상과 부모의 언어적 참여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언어 능력에 따라 로봇 전략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다양한 가족 환경에서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유연하고 맞춤화된 로봇 상호작용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영어 외의 언어 환경, 다문화 가정, 또는 다중 언어 사용 가정을 대상으로 한 로봇 상호작용 실험이 이어질 전망이다. 로봇이 단순한 기계를 넘어 가족의 일원이 되고, 교육과 소통의 중심축이 되는 미래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