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시의회에서 늘 듣는 말이다. 홍보는 요란한데 실제로 쓰레기 310톤이 줄어든 것 같지 않다는 질타다.”
수도권 한 지자체 고위 공무원의 말이다. 그는 “개선 노력을 했다고 말하고 싶어도, 종량제봉투를 찢어보면 현실은 냉정하다”며 “줄였다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현재 톤당 약 15만 원의 비용을 들여 공공·민간 소각장에서 처리되고 있다. 2026년 수도권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서 쓰레기 처리 구조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고양시 정재선 기후환경국장과 박준태 파주시 환경국장으로부터 직매립 금지 이후 수도권 폐기물 처리 현황 등에 대해 들었다.
왼쪽 고양시 정재선 기후환경국장 오른쪽 파주시 박준태 환경국장
■생활쓰레기 ‘정체’… 광역소각장 논쟁 재점화
경기도 내 자체 소각장을 보유한 지자체들은 24시간 가동에도 물량을 감당하기 벅차고, 민간 소각장 역시 반입량이 급증하면서 일부 지자체는 기존 인천 경서동 경로를 포기하고 충청권까지 처리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형연료(SRF)와 시멘트 업계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자원화가 가능한 폐기물까지 소각·연료화로 흡수되면서 환경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최근 5년간 정부의 자원순환 정책에도 불구하고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뚜렷하게 줄지 않았다.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 광역소각시설을 추가로 건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고, 서울 마포구 광역소각장 논란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다.
고양특례시·파주시·김포시는 광역소각시설 공동화 추진을 둘러싸고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쓰레기를 배출지에서 자체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직매립 금지 이후 ‘쓰레기를 공공재로 보고 함께 태워 열에너지로 환원하자’는 플랜B가 부상하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16곳은 자체 소각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 15곳은 민간 소각장에 위탁 처리하는 구조다. 직매립 금지 이후 이 격차는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 고양시, 2028년 소각 공백 앞두고 갈림길
인구 109만 명의 고양시는 창릉 3기 신도시 조성을 앞두고 생활폐기물 처리가 최대 현안이다. 하루 약 310톤의 생활쓰레기 가운데 180톤은 자체 소각하지만, 나머지는 화성·충북권 민간 소각장으로 보내고 있다.
문제는 현재 고양환경에너지시설이 2028년 가동을 멈춘다는 점이다. 대체 소각시설을 추진했으나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혐오시설 인식, 발암물질 배출 우려, 재산권 침해 논란이 반복됐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과학적·친환경 시설이라면 오히려 지역 편익을 가져올 수 있다”며 찬성 의견을 내기도 했다.
고양시 정재선 기후환경국장은 “생활쓰레기 처리는 자립형으로 가되 감량 정책을 병행하겠다”며 “임시로 하루 약 130톤은 민간 처리 용역으로 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물류비까지 발생하는 구조에 대해 ‘반환경적 아이러니’라는 내부 시선도 존재한다.
파주시·김포시도 선택의 기로… ‘광역 vs 단독’
파주시는 노후화된 낙하리 소각장과 운정·야당 소규모 시설을 가동 중이다. 자족경제도시를 표방하며 산업단지 확대가 이어지는 만큼, 사업장 폐기물 증가도 불가피하다. ‘경기도 2차 자원순환시행계획’에 따르면 파주시의 폐기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기준 18만4900톤으로 도내 10위 수준이다.
박준태 파주시 환경국장은 “광역이든 단독이든 핵심은 주민 동의”라며 “굴뚝에 대한 인식을 과학적 검증과 주민친화적 설계로 바꾸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주시는 2026년 환경정책 예산 4539억 원 중 1212억 원을 생활폐기물 처리·재활용·소각시설에 편성해 전년 대비 약 50억 원을 증액했다.
선별장 없는 자원순환… 소각 의존 키웠다
현장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선별장 부족’이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8곳은 선별장이 없어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 소각이나 시멘트 소성로로 흘러가고 있다. 정재선 국장은 “소각장도 중요하지만 선별장이 더 중요하다”며 “분리·선별 단계가 무너지면 자원순환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답은 분리배출과 사회적 합의”
지자체 관계자들은 기술과 시설 논쟁 이전에 시민 참여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파주시는 종량제봉투 디자인을 바꾸고 다국어 표기를 도입했으며, 고양시는 음식물류 폐기물을 최근 3년간 약 9800톤 감축했다. 아파트·학교를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분리배출 교육도 확대 중이다.
정재선 국장은 “소각장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어디에 짓느냐에서 갈등이 생긴다”며 “우리 집 앞은 안 되고 남의 집 앞은 괜찮다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매립 금지 이후 수도권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의 시간에 들어섰다. 광역이냐 단독이냐, 소각이냐 선별이냐의 논쟁을 넘어 ‘얼마나 태울 것인가’보다 ‘얼마나 덜 버릴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