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규훈 기자] 미국 Idaho National Laboratory(INL)가 핵 마이크로원자로의 실제 현장 적용을 겨냥한 MARVEL(Microreactor Applications Research Validation and Evaluation)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INL은 23일(현지시간) MARVEL의 첫 최종 사용자 실험 그룹을 공개하며, 차세대 초소형 원자로 기술을 데이터센터 전력, 원격·자율 운전, 첨단 모니터링, 산업 담수화 등 실사용 환경에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시험용 마이크로원자로 ‘MARVEL’, 현장 검증 플랫폼으로

MARVEL은 미 에너지부가 개발 중인 시험용 핵 마이크로원자로로, 나트륨-칼륨(NaK) 냉각재를 사용해 열출력 약 85kW, 전기출력 최대 20kW를 생산하도록 설계됐다.

INL의 일시적 원자로 시험시설에 설치돼, 민간·학계 파트너가 가동 중인 마이크로원자로에 직접 접근해 실증할 수 있는 드문 테스트베드로 활용된다.

INL은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실험실 단계를 넘어 실제 장비·실제 사용 사례 검증을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AI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가능성 검증

가장 주목되는 활용처는 AI 워크로드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다. 대규모·무중단 전력이 필요한 환경에서, 마이크로원자로가 전력망 취약 지역에서도 안정적 전원을 제공할 수 있는지 검증한다.

Amazon Web Services(AWS)는 MARVEL을 모듈형·신속 배치 데이터센터와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디젤 발전기나 취약한 공급망 의존을 줄여 국방·정부·비상 작전 등 특수 수요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DCX USA, 애리조나주립대가 참여해 AI 처리 특성에 맞춘 연속·안정 전력 제공 가능성을 연구한다.

원격·자율 원자로 운전, 센서·안전 기술 고도화

운영 측면에서는 GE Vernova가 원격·자율 제어 개념을 시연해 향후 상업용 적용을 위한 운영 표준을 모색한다. 최소 현장 인력으로 모니터링·관리하는 모델은 고립·고위험 지역 배치의 핵심 요건으로 꼽힌다.

또한 방사선 탐지 등 첨단 센서 기술을 통해 실시간 상태 인식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규제·점검·유지보수 체계 개선에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한다.

핵열로 담수화·수처리… 산업용 저탄소 해법 모색

MARVEL의 공정 열은 담수화·수처리에도 투입된다. 셰퍼드 파워, NOV, ConocoPhillips가 참여해 파일럿 규모 실증을 진행한다. 목표는 석유·가스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량 오염수 처리에 마이크로원자로가 저탄소 대안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2026년 완전 시연 결정

선정된 팀들은 U.S. Department of Energy(DOE)와 국립연구소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념을 구체화하고 기술 타당성을 평가한다. 원자로 연계 완전 시연 여부는 이 과정을 거쳐 결정되며, 2026년 최종 발표가 예상된다.

INL은 MARVEL을 산업·학계에 개방함으로써 핵 마이크로원자로를 유망한 개념에서 실용적 도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첨단 원자력이 AI 인프라, 산업 회복력, 물 관리를 동시에 뒷받침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미국의 원자력 혁신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