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utterstock/AI 이미지 생성기

[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인공지능(AI)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력망을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디지털·AI 기반 해법이 본격 도입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화석연료 중심의 기존 전력 시스템은 재생에너지 중심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출력이 크게 변동해, 전력 수급 불균형과 계통 안정성 저하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예측할 수 있는 AI 기술이 전력망 운영의 새로운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AI의 가장 큰 강점은 예측 능력이다. 기상 데이터와 과거 발전·소비 데이터를 결합해 전력 생산과 수요를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계통 운영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실제 벨기에 송전망 운영사 Elia는 AI 기반 예측 도구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통 불균형 예측 오차를 41%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해당 기술은 풍력 발전량 예측뿐 아니라 송전선로와 설비의 예측 유지보수에도 활용돼, 전력망 신뢰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AI는 실시간 전력 흐름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고장 발생 시 자동으로 복구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정전 시간과 시스템 다운타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

AI는 발전과 송전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 관리 영역에서도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은 사용자의 소비 패턴과 기상 조건, 전기요금 변동 등을 학습해 전력 사용을 최적화한다.

벨기에 스타트업 Pleevi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해 전기요금을 최대 30% 절감하고, 지역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성과를 냈다. 스웨덴·스위스 기반의 전력·자동화 기업 ABB 역시 상업·산업용 건물의 전력 피크를 예측·관리하는 AI 도구를 통해 대규모 소비자의 전력 비용 절감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AI의 전력망 통합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책임성 문제는 여전히 주요 쟁점이다. 특히 에너지 인프라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AI 의사결정 과정의 설명 가능성과 규제 준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AI 하드웨어 제조와 데이터센터 운영에 따른 에너지·물 소비 증가, 환경 부담 역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AI가 전력망의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능 열쇠’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AI 기반 전력망 운영은 단계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며, 기술 발전과 함께 제도·윤리·사회적 합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6년 에너지 부문 디지털화 및 AI 전략 로드맵을 채택할 예정으로, AI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동시에 관련 위험을 관리하는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AI와 에너지가 만들어갈 전력망의 미래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