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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지구촌이 주목한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10일간의 치열한 논의 끝에 제네바에서 열린 정부간 협상위원회(INC) 회의가 합의문 없이 막을 내리면서,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발걸음이 한동안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번 회의는 전 세계 183개국에서 1,400명의 대표를 포함한 2,60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협상장이었다. 장관급 인사와 고위 대표단까지 참석해 외교적 무게를 더했지만, 조약의 핵심 쟁점에서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협상 최대 걸림돌은 '생산 감축’ 대 ‘폐기물 관리’라는 접근법의 근본적 차이였다. 약 100개국은 플라스틱 생산량에 상한선을 두고 오염의 근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규모 생산 억제가 위기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과 일부 플라스틱 생산국은 생산 제한보다는 수거·재활용 인프라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플라스틱은 화석 연료 기반 경제 구조 속에서 여전히 중요한 자원이며, 섣부른 생산 축소는 경제적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유엔환경계획(UNEP) 잉거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이번 결렬을 두고 “지정학적 복잡성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어려운 10일이었다”며 “조약 문안 합의는 못했지만, 모든 국가가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 남아있길 원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업계 역시 실망감을 드러냈다. 플라스틱 유럽의 버지니아 얀센스 전무이사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글로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도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글로벌 프레임워크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회용 제품 중심의 플라스틱은 심해에서부터 고산지대까지 전 지구적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식품, 식수, 대기 속에까지 스며들었고, 장기적인 인체 건강 영향은 여전히 연구 중이다. 여기에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기후변화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 조약은 생산 감축 목표 설정, 재활용 표준화, 전 생애주기 책임 강화 등 실질적 변화를 이끌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결렬로 조약 채택 시점은 불투명해졌고, 다음 협상 일정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생산 억제와 폐기물 관리라는 두 축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플라스틱 위기는 더 깊어지고 해결 기회는 멀어진다. 지금이야말로 ‘협상 재개’ 이상의 결단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