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N에서 ATLAS 검출기를 연구하는 연구원들. 크레딧: 막시밀리앙 브라이스, CERN
[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아원자 세계를 탐구하는 캐나다와 유럽의 과학자들이 국경을 넘어선 협력 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입자 가속기 센터인 TRIUMF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의 오랜 협력에 이어, 최근 공식적인 의향서 서명을 통해 고에너지 물리, 방사성 의약품, 차세대 가속기 기술 개발 등에서 전략적 동맹을 강화했다.
1968년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캠퍼스에 설립된 TRIUMF는 애초부터 국제 과학 협력을 염두에 둔 국립 실험실로 구상됐다. 이후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TRIUMF는 캐나다를 세계 최고 수준의 입자 물리 연구에 직접 연결하는 관문으로 성장했으며, 특히 CERN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아원자 물리학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협력 강화는 단순한 연구 참여를 넘어선다. 캐나다는 CERN의 대표 실험인 ATLAS에 정회원국으로 참여하며, TRIUMF는 뮤온 검출기, 열량계 시스템, 고성능 데이터 수집 기술 등 핵심 장비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특히 향후 고광도 대형강입자충돌기(HL-LHC) 업그레이드에도 깊이 관여하면서, 캐나다 연구진은 실험 설계 초기 단계부터 기술적 기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CERN이 구축한 전 세계 LHC 컴퓨팅 그리드(WLCG)에서 캐나다는 Tier-1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네바에서 생성된 페타바이트 규모의 입자 충돌 데이터가 밴쿠버를 통해 분석되는 세계적 과학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양국 간 협력은 물리학에 그치지 않는다. TRIUMF는 방사성 의약품 생산에서도 세계적인 선도 기관으로, 캐나다 최초의 양전자 단층 촬영(PET) 스캐너 개발과 더불어 희귀 동위원소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유럽 병원 및 연구소의 동위원소 공급 문제 해결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며, 공동 연구를 통해 사이클로트론 기반의 차세대 의약품 생산 체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4월, 캐나다와 CERN은 가속기·검출기·컴퓨팅 기술을 중심으로 한 향후 협력 확대를 담은 의향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완전한 CERN 회원국 가입은 아니지만, TRIUMF가 캐나다-유럽 과학 협력의 핵심 기관으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특히, 이 협정은 차세대 초대형 충돌기인 미래 원형 충돌기(FCC)와 같은 프로젝트에서 캐나다의 역할 확대, 젊은 과학자 교류 확대, 의료용 동위원소 분야의 기술 협력을 포괄하는 다층적 과학 외교로 평가된다.
CERN 사무총장 파비올라 지아노티는 “TRIUMF는 캐나다가 CERN의 미래 프로젝트에 전략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창구이자 파트너”라고 강조했으며, 캐나다 정부 역시 과학 기술 기반 외교의 일환으로 이를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과학이 점점 더 국경을 넘는 시대, TRIUMF와 CERN의 협력은 단순한 공동 연구를 넘어선 새로운 과학적 연결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