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재생에너지 확산과 전력망 불안정성이 맞물리며, 유럽 각국이 새로운 에너지 복원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과 분산형 전력 관리가 주요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잇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로 유럽의 전력망 안정성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배터리 에너지 저장과 분산형 복원력 개념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지에서 발생한 전력망 중단은 가변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져올 수 있는 주파수 불안정, 시스템 관성 저하 등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전력 수요가 늘고 탈탄소화가 가속화되는 현시점에서, 산업·상업 부문을 포함한 대형 소비자들은 더 이상 중앙집중형 전력망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생산과 저장을 현장에서 직접 제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분산형 전력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스마트 전력 관리

지능형 배터리 시스템과 고급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은 정전 상황에서도 30초 이내에 독립형 전력 공급이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블랙스타트’, ‘계획된 아일랜드’와 같은 기술을 통해 건물이나 산업시설은 외부 전력망과 단절되더라도 자체 복원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은 단순한 비상 전력원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주파수와 전압을 자동 동기화해 안정적 재연결을 가능케 하고, 태양광·풍력·디젤 등 다양한 에너지원 간의 원활한 전환도 구현된다.

전력망을 돕고, 수익도 창출하는 '엣지 전기' 모델

분산형 에너지 복원력은 비용 절감과 수익 창출이라는 상업적 기회로도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전기 사용이 많은 기업들은 피크 시간에 배터리에서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요금을 절감할 수 있고, 잉여 전력은 그리드에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유틸리티 회사들도 BESS 운영자에게 비용을 지불하며 주파수 조절, 전압 안정 등 부가 서비스를 위탁하고 있다.

‘엣지 전기(Edge Electricity)’ 모델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이는 분산형 전력 생산·저장·관리를 통해 전통적인 중앙 집중형 그리드 구조를 보완하고, 전력망의 단일 실패지점을 줄이는 방식이다.

전환이 아닌 병행의 시대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그에 맞는 보완 시스템이 필수다. 분산형 복원력과 스마트 저장 시스템은 재생가능성의 불안정성을 상쇄하고, 궁극적으로는 보다 지속가능한 전력망을 구축하는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의 현재는, 세계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