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도로도, 지도도 필요 없다. 바위, 나무, 가파른 경사면으로 가득한 험지에서도 카네기멜론대학교(CMU)의 자율주행 차량은 길을 만들어 나간다. 광업, 산불 대응, 수색 및 구조, 국방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전지형(ATV) 로봇이 등장했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카네기멜론대 로봇연구소(Robotics Institute) 산하 에어랩(AirLab)의 타탄드라이버(TartanDriver) 팀은 도심형 자율주행을 넘어 극한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자기 감독 자율주행(Self-supervised autonomy)’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인간이 일일이 지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라벨링해야 했지만, 이 시스템은 복잡한 지형에서도 실시간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주행 경로를 스스로 학습한다.

"기초 모델의 힘과 자기 감독의 유연성을 결합함으로써, 우리는 자율주행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웬샨 왕(Wenshan Wang) 에어랩 시스템 과학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기초 모델을 활용하면 높은 풀, 나무 같은 자연 지형도 별도의 라벨링 없이 인식 가능해져 학습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이번 자율주행 스택은 세 가지 원칙에 기반한다. 자기 감독(self-supervision), 다중 양식(multimodality), 불확실성 인식(uncertainty awareness)이다. ATV에는 라이다, 카메라, 관성 측정 장치(IMU), 충격 센서, 휠 인코더 등 다양한 센서가 장착돼 복합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은 위험성과 주행 성능을 동시에 고려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한다.

SLAM(동시적 위치 추정 및 지도 작성) 기술도 핵심이다. GPS나 사전 지도 없이, 차량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타탄드라이버 팀의 마이카 나이(Micah Nye) MSR(Master of Science in Robotics) 학생은 "지형이 달라도 일관된 시각적 인식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실제 테스트에서도 이 기술은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다양한 경사면, 바위가 많은 지역, 잔디밭 등에서 차량은 사람의 개입 없이도 주행 경로를 스스로 찾고 장애물을 회피했다. 향후에는 열화상 카메라 등 새로운 센서를 장착해 연기나 저시야 환경에서도 성능을 높일 계획이다. "열화상은 빛 대신 열을 감지해, 연기 속에서도 볼 수 있게 한다." 팀원 이페이 류(Yifei Liu)는 설명했다.

타탄드라이버 팀은 ATV뿐 아니라 사족 보행 로봇과 도심형 전동 휠체어에도 이 기술을 확장 중이다.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도, 이들의 자율주행 기술은 ‘스스로 판단하고 길을 찾는’ 능력을 통해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