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달에는 인간의 생존과 우주 개발에 결정적인 자원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얼음’이다. 얼음은 물로 사용될 뿐 아니라,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로켓 연료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수년간 달의 극지방을 중심으로 얼음의 존재와 분포를 추적해왔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하와이대학교 마노아 캠퍼스(UH Mānoa)의 연구진은 최근 두 가지 획기적인 방법을 통해 달의 얼음을 정밀 탐사하고 있다. 하나는 고감도 카메라 ShadowCam을 통한 직접 관측이고, 다른 하나는 우주선과 레이더 신호를 이용해 표면 아래의 얼음을 추론하는 기법이다.
그늘 속을 비추는 ‘섀도우캠’
달의 얼음은 주로 북극과 남극의 영구 음영 지역, 즉 태양빛이 직접 닿지 않는 분화구 안쪽에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와이 해양 및 지구과학기술대학의 조던 안도 대학원생이 주도한 최근 연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국형 달 궤도선(Korea Lunar Pathfinder Orbiter)’에 탑재된 고성능 카메라 ShadowCam의 이미지를 분석해 이 미지의 영역을 들여다봤다.
ShadowCam은 간접적으로 반사된 빛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비로, 일반 카메라로는 볼 수 없는 그늘진 달 표면을 고해상도로 포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얼음은 바위보다 빛을 더 많이 반사하므로 밝기로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전 연구에서는 달 표면의 물 얼음이 전체의 5~30%에 이를 수 있다고 제안된 바 있으나, ShadowCam을 활용한 최신 분석은 이 비율을 20% 이하로 좁혔다. 얼음은 표면을 눈에 띄게 밝게 하지는 않지만, 이미지 분석은 얼음 존재 가능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우주선을 이용한 얼음 탐지 기술도 개발 중
한편, 같은 대학의 다른 연구팀은 달 표면 아래에 묻혀 있는 얼음을 찾아내기 위한 혁신적 방법을 고안했다. 이들은 ‘초고에너지 우주선(cosmic ray)’이 달 표면에 충돌할 때 발생하는 레이더 신호를 통해, 얼음이 매장된 지층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연구를 이끈 에밀리 코스텔로 박사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우주선을 활용하면 별도의 장비 없이도 달의 표면 아래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첨단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레이더파가 달 토양을 어떻게 통과하며, 얼음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분석한 결과, 이 방식이 실제 탐사에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공동연구자인 크리스티안 타이 우도비치치는 “이 기술은 행성 과학자들에게조차 생소할 만큼 새로운 방식”이라며 “지하 얼음을 대규모로 탐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강조했다.
2026년 실험 장비 달에 투입 예정
UH Mānoa 연구팀은 현재 달 표면에서 이러한 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신할 수 있는 전용 레이더 장비를 조립 중이다. 오는 2026년 초까지 시험을 완료하고, 이를 달로 보내 묻혀 있는 얼음을 직접 탐지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코스텔로 박사는 “하와이는 점점 더 우주 탐사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하와이 학생들과 전문가들이 우주 산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달의 얼음, 미래 우주 개발의 열쇠 될까?
인간이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장기 체류를 실현하려면,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 확보가 관건이다. 그중에서도 ‘물’은 음용수, 산소 생성, 연료 생산까지 다방면에서 사용될 수 있는 핵심 자원이다. 이번 하와이대 연구팀의 새로운 탐사 방식은 달의 얼음 분포에 대한 이해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며, 향후 달 탐사 전략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