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힉스 입자는 질량의 기원을 설명하는 표준 모형의 핵심 요소이자, 우리가 사는 우주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물리 법칙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신비로운 입자를 향한 과학자들의 시선이 더욱 정밀해지고 있다.
외신을 종합하면 CERN의 대표적인 입자 검출 실험인 ATLAS 협업은 최근 힉스 입자의 질량과 상호작용에 대한 정확도 높은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기존 결과에 비해 체계적 불확실성을 4배 이상 낮춘 정밀한 측정을 통해 이뤄졌으며, 나아가 힉스 입자의 자기 상호작용, 암흑 물질과의 연결 고리, 초기 우주의 대칭 붕괴 과정을 규명할 가능성을 열고 있다.
관측의 정밀도, 통계의 벽을 넘다
CERN 물리학자 캐서린 레니(Katharine Leney)에 따르면, 힉스 보손 질량의 정확한 측정은 궁극적으로 표준 모델의 경계를 시험하고, 미지의 물리 현상을 암시하는 ‘잔물결’을 포착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예를 들어 동전을 4번 던지면 결과가 불확실하지만, 백만 번 던지면 동전의 공정성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입자 물리도 마찬가지죠.” 그녀는 힉스 보손 붕괴를 통해 생성된 두 개의 광자 에너지 측정 정밀도를 크게 개선한 점을 강조했다.
머신러닝이 바꾼 판도: 바텀 쿼크 식별에서 데이터 필터링까지
ATLAS 팀은 특히 힉스 보손이 뷰티 쿼크(바텀 쿼크)로 붕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입자 스프레이(jets)를 더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이는 유사한 배경 이벤트를 제거하면서 힉스 보손의 실제 신호를 더욱 선명하게 추출하게 했다.
또한 트리거 시스템의 혁신도 주목할 만하다. 초당 4천만 번의 충돌 중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만을 선별해 1,000개 이하로 추려내는 이 시스템은 하드웨어 신경망과 실시간 머신러닝 판단을 결합해 데이터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왜 힉스 입자인가?
힉스 보손은 질량의 기원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우주의 구조 형성 및 물질-반물질 비대칭, 암흑 물질의 정체를 밝혀낼 열쇠로 여겨진다. 레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힉스 입자가 없었다면 아무 입자도 질량을 갖지 못했을 것이고, 우주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우리는 이 입자를 통해 초기 우주를 관통하는 ‘포털’에 접근하는 셈이죠.”
우주는 정말 안정적인가? 자기 상호작용 연구의 중요성
특히 주목받는 연구 중 하나는 힉스 입자의 **자기 상호작용(self-interaction)**이다. 이는 우주의 궁극적 안정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현재 우리가 존재하는 진공 상태가 ‘지금은 안정적이지만 언젠가 양자 터널링을 통해 더 낮은 에너지 상태로 붕괴할 수 있는’ 준안정 상태일 수 있다는 이론도 있다. 이른바 진공 붕괴(vacuum decay) 시나리오다.
ATLAS의 측정이 정교해질수록, 우리는 그 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를 더 많이 얻게 된다.
LHC의 미래: 고휘도 업그레이드와 전략적 방향
현재 ATLAS 협업은 **20222026년 LHC 3차 런(Run 3)**을 진행 중이며, 이후에는 **2030년 고휘도 LHC(HL-LHC)**의 가동을 앞두고 있다. 고휘도 충돌은 기존보다 23배 많은 힉스 보손 이벤트를 생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힉스 자기 상호작용 및 새로운 입자의 흔적을 찾아내는 데 핵심적이다.
이 모든 전략은 유럽의 '스노우매스(Snowmass)'에 해당하는 유럽 입자물리 전략(European Strategy) 하에 조율되며, 향후 10~20년 간의 실험 방향성과 예산, 기술 로드맵을 결정짓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과학
힉스 입자의 정밀 측정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힘과 입자들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방법이다. 입자 물리학의 다음 여정은 이 ‘잔물결’을 통해 ‘조약돌’을 추적하는 일이며, 그 과정의 최전선에 ATLAS 협업이 서 있다.